박근혜 대통령이 7일 경영학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는 미국 울워스사의 이른바 '망한 쥐덫' 이야기를 성공 사례로 잘못 인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이 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생각이 나는 그런 어떤 시인의 유명한 글귀가 있다. 그 글귀를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이런 내용"이라며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를 언급했다.박 대통령은 '만약에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놓을 것이다'라는 에머슨의 시를 언급한 뒤 "여기서 쥐덫은 지금으로 말하면 제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에머슨의 시구에 나온 '더 나은 쥐덫(a better mousetrap)'은 '더 나은 제품'을 의미하는 관용어로 쓰인다. 그러나 이는 미국 울워스사가 예쁘고 튼튼한 쥐덫을 만들었지만 실패한 사례와 맞물려 '좋은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고 하는 기업들의 제품 중심적 사고를 꼬집는 표현으로도 쓰이고 있다. 울워스사의 쥐덫은 예쁜 색깔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기존 제품들과 달리 디자인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위생적이기까지 해 출시 초기에는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너무 뛰어난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를 아까워 했고, 죽은 쥐를 떼어내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껴 한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 돌아간 소비자들이 늘어 결국에는 실패했다.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더 나은 쥐덫의 오류'로 불리는 울워스사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번 여기에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가 있었다"며 "또 거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고 말했다.이어 "이런 것은 옛날에, 지금 뭐 쥐덫을 그렇게 상품으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서도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박 대통령이 '더 나은 쥐덫'을 예로 든 것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대외 악재에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였다.그러나 이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경영학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성공의 비결로 인용한 것을 놓고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의 말이 갖는 중요도와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0년간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해 왔던 조인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최근 사표를 낸 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메시지를 도맡아 작성해 왔던 조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자마자 이같은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언급하면서 '제 버릇 개 못 준다' 등의 속담을 인용한 것도 표현이 너무 거칠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박 대통령은 "과거에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완전히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발전을 이룬 저력을 갖고 있다"며 "흔히 우리가 욕을 할 때 '그 버릇 개 주겠냐' 그런 얘기를 하잖냐. 이것은 나쁘게 비난할 때 하는 얘기인데, 다시 말하면 한번 자기가 갖고 있는 어떤 패턴은 절대로 쉽게 변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이어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도대체 대한민국이 오늘의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을 그때 한 사람이면 약간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그 말은 그런 저력을 우리 민족은, 우리나라는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역사를 한 번 써봤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도 역시 자연스런 표현이라고는 여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