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의 생생한 역전드라마가 체육계 수장 선출 현장에서도 연출됐다'통합 체육회를 이끌 40대 대한체육회장에 이기흥(61)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당선됐다. 분할 운영하던 체육단체들을 하나로 묶어 탄생한 사실상 '스포츠 대통령'이다. 의외다.체육계 인사들 상당수도 그가 수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당선 예상 1, 2, 3 순위에 거론되지도 못했을 정도다. 그는 체육회 통합을 주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반발, 한 때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이른바 ‘야권’으로 분류됐다. 더욱이 대한수영연맹 회장 재임 동안 내부 비리와 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임했다.그런 그가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야말로 ‘반전’이다.어떻게 극적 반전이 가능했을까.이번 선거의 특징은 ‘여권’ 후보 난립.5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이번 선거는 과거 60명 안팎의 대의원들로 치러진 선거와 달리 대규모 선거인단을 꾸렸다. 전체 선거인단 중 89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이기흥 회장이 얻은 표는 294표. 선거인단의 32.9%가 선택한 결과다. 이 회장이 그동안 체육계에서 활동하며 다져놓은 고정 기반이다.친(親) 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꼽히는 3명 후보가 600표 가까운 표를 엇비슷하게 나눠 가졌다. 이들이 후보를 압축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어부지리 당선’이라는 말이 도는 배경이다.문체부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에 진저리를 친 체육인들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도 있다.“이 후보는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에 할 소리를 하는 강단을 보였다.” “요즘 체육인 사이에서는 문체부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 “이 후보는 체육인의 목소리를 소신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이 회장이 당선된 이유이자, 체육인들이 신임 회장에게 기대하는 목소리다.벌써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이 회장의 당선으로 물리적 통합에 이은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그간의 체육회 노력과 계획이 오히려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것. 오랫동안 엘리트 체육에 몸담았고 이를 기반으로 체육회장의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에 생활체육이 소외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나온다.걱정과 우려를 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과거 자신과 등졌던 상대와 소통하고 한 지붕 아래 아직은 서먹한 두 집의 온전한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당장은 통합 과정에서 굳어진 야(野)성 이미지를 벗을 필요도 있다.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은 이기흥 회장의 첫발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