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다 이룬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타이틀을 갈망했다. 박인비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더 많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뛰어들어 10년 간 17승을 수확했다.이중 7승이 메이저대회에서 나왔다. 2013년에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LPGA 챔피언십을 싹쓸이했고 지난해에는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박인비는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엄지손가락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했다. 새로운 목표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장기적으로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운을 뗀 박인비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논할 때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먼저 나오는 타이틀은 없는 것 같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쌓는 것이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올림픽 이후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박인비는 "깁스는 2주 전에 풀었고 이번 주까지 재활과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라면서 "인대 재생이 돼 좋아진 상태다. 다음 주부터 실전 연습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호전됐지만 내년 시즌이 있는 만큼 무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박인비는 "지금 출전을 고려하는 것은 KEB대회와 ING대회 두 개"라면서 "이 대회들도 손가락 상태를 보고 (출전을) 결정할 생각이다. 상태가 좋아졌어도 재활 위험에 대회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유독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두고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박인비는 "자연스럽게 몸속에 (골프를 잘 치는) 피가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외국 기자들한테 1주일에 한 번씩은 받는 질문인데 '코리안 블러드'말고는 할 말이 없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주 냉혹한 승부의 세계로 내몰리는 박인비는 반려견을 돌보며 힐링을 한다고 귀띔했다. 박인비는 "어제는 강아지를 데리고 강아지 수영장에 다녀왔다. 강아지의 표정을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동물들을) 좋아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집에 두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들은 무한한 사랑을 준다. 그것에서 힐링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가족들의 존재는 박인비가 정상을 유지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그는 "시어머니가 경주에 사시는데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좀 입으셨다"며 "우리집으로 모셨는데 어머님과 오빠와 지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인비는 다음달 25일부터 부산 동래베네스트GC에서 열리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로 나선다. 국내에서 선수 이름을 딴 대회가 열리는 것은 최경주, 박세리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박인비 뿐 아니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휩쓸고 있는 박성현(23·넵스)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함께 한 양희영(27·PNS창호),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이 출격한다. 박인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대회를 개최하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우리나라의 최고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의 호스트라 감사하다. 대회 기간 중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LPGA와 KLPGA 상금순위 상위 각각 10명과 추천선수 4명 등 총 24명이 두 팀(LPGA 12명 vs KLPGA 12명)으로 나뉘어 맞대결을 펼친다.대회 총 상금은 10억원이며 우승팀은 6억5000만원, 준우승팀은 3억5000만원을 갖는다. 후원사인 ING생명의 정문국 대표이사는 "챔피언스 트로피는 세계에서 뛰고 있는 24명을 모아 여는 대회인만큼 선수들의 성과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대축제"라면서 "팬들이 세계 최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