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부과한 난민할당 쿼터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지만 난민 쿼터수용 반대하는 압도적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로 인해 무효화되었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헝가리 의회의 승인없이 유럽연합이 비헝가리인을 헝가리 내에 의무적으로 재정착하도록 만드는 것을 원하는가”란 문구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시했고 현재 99.25% 개표한 상황에서 투표를 한 320만명(투표자의 98.3%)는 정부의 쿼터수용반대안을 지지했다. 정부는 투표결과를 보고 “압도적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분석가들은 반대를 주도해온 빅토르 오르반 총리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전면 패배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에 따르면 이 국민투표가 유효하려면 51%의 투표율이 필요한데 투표결과는 43.9%에 그쳤다. 1997년이래 실시된 4차례의 국민투표에 비해 거의 두배나 되는 4%의 무효표를 감안하면 유효표는 40%미만이다. 하지만 오르반총리의 여당은 투표소가 문을 닫은 후 즉시 승리를 선언했고 “투표 결과는 유럽연합의 무제한 난민수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의견의 압도적 승리”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도 “우리는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 최초의, 유일한 국가라는데 자부심을 느껴야한다. 헝기리 국민이 난민 문제에 직접 방향을 제시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르반은 국민투표가 무효화 되더라도 앞으로 국민의사를 반영해 헌법 개정등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제안은 난민을 회원국에 인구별로 분산 배정하며 그 쿼터를 결정하는 것은 브뤼셀의 EU본부가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 국민은 우리가 누구를 받아들여 함께 살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헝가리 국민만이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브뤼셀과 부다페스트 중에서 부다페스트의 의사결정권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분석가 타마스 보로스는 헝가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난민반대운동을 펴온데다 거의 5000만 유로(5610만달러)를 선거홍보에 퍼부은 상황이어서 이 투표결과가 정확한 국민여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법적으로는 오르반 총리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2006년 이래 총리의 첫 국민투표 실패이며 총리의 정책이 좌절 된 것도 10년만에 처음”이란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는 유럽연합의 지시이행 여부에 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오르반 총리는 이번 투표의 내용이 브뤼셀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킬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헝가리 국민의 반대여론은 높지만 낮은 투표율로 보아 난민문제가 헝가리 국민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고 파악할 것이므로 오르반의 반대정책은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에게 난민 쿼터에 반대하도록 사정 없이 선거캠페인을 벌인 헝가리 정부 때문에 난민문제를 테러와 연결시켜 증오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러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보이콧하고 모두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요청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여의치 않으면 무효표가 되도록 투표를 하라고 종용한 것도 정부의 “난민 제로”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해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40만명이 통과했으며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에는 새로운 난민배척 정책에 따라서 철조망 철책이 세워져 올해에는 난민 수가 줄었다. 지난 달에는 13개 날짜를 조사한 결과 헝가리 국경을 통과한 난민 수가 없거나 한 명씩이었다는 경찰보고가 있었다. 유럽연합 통계에 따르면 헝가리는 지난 해 망명신청자의 80%를 거절해 유럽연합 국가중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508명의 난민신청을 수락했고 2917명의 신청을 거절했으며 거의 3만7000명의 난민신청은 아직도 심사 중이다.부다페스트(헝가리)=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