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시대가 열렸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논란 속에 28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 등 약 400만명이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따라서 국민들 상당수가 이 법 시행으로 인한 파장을 다소 긴장된 표정 속에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관행적으로 굳어져온 부정한 청탁이나 접대, 금품수수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김영란법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스폰서, 떡값, 전별금, 연줄 등을 포함해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 등에게 전해지는 모든 금품을 부정부패의 시발점으로 여긴다. 이에 김영란법은 금지대상인 부정청탁을 14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공부문의 거의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 특히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한도내에서 하자는 '3·5·10'룰에 따라 국민일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도한 식사 접대와 경조사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허례허식 관행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법률 대상자들 뿐만 아니라 그 관계인들까지 포함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이 법의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성영훈 위원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김영란 시행과 관련, "핵심은 간단합니다. 청탁하지 말고, 청탁받지 말고, 공짜 밥·공짜 술 먹지 말고, 애매하고 의심스러우면 더치페이(각자 계산)하라는 거다"라고 정의한바 있다.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관습과 관행들이 퇴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조속히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법률 대상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법 취지에 맞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의식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률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법률 위반자를 징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법 취지에 맞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윤리의식 고취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나 공직기관 차원의 청렴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차원의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적용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제시하는 실질적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인식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각 주체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법을 회피하려 하기 보다는 기업관행 선진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법이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즉 법률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 명확하고 합리적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지만 김영란법은 그렇지 못해 대상자들은 물론 기업 등이 정확한 '합·불법'여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런 점들에 대한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신고제 등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지만 적용 대상의 직업군이 공무원뿐 아니라 타 직업군으로 늘어나면서 직업별 상황과 특징을 고려하지 못한 허점이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며 "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