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또다시 돌아왔다.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다음달 3일부터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등이 연이어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문학상 발표 일정은 아직 공지되지 않았지만, 통상 목요일에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면 10월6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기려 물리학·화학·생리, 의학·문학·평화상 분야가 제정됐으며 경제학 부문은 1969년 새로 추가됐다. 전체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업적을 이룬 인물에게 수여한다.물리·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학술원이, 생리의학상은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각각 선정한다. 다른 노벨상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되지만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세계적인 문학상 중 상금이 가장 많은 것은 단연 노벨문학상이다. 분야별 수상자가 다수일 경우 이를 나눠 갖게 되는데, 노벨상의 경우 1966년과 1974년을 제외하고 매년 단독 수상이었다. 노벨상 상금은 스웨덴 화폐로 800만크로나(10억3896만원)이다. 노벨의 유산을 종잣돈으로 1901년부터 시상했다. 노벨재단은 전세계 경제위기로 기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부터 상금을 기존 1000만 크로나(12억9870만원)에서 800만 크로나로 대폭 줄였다.◇하루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할까= 올해도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는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문학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7)의 수상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해외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후보자의 배당률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지난 19일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배당률 5대1로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하루키를 꼽았다.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 등 초기 대표작이 영미권과 유럽에서도 일찍이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이 번역되면서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루키가 만약 올해 수상자로 결정되면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수상을 확신하기엔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다. 노벨문학상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한 문인의 전체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또 문학적 성취 이외에도 장르·지역·정치적 상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매년 유력 수상 후보로 거명되는 하루키는 지난 해에도 이 사이트에서 배당률 6대1로 유력 후보 2위에 올랐지만, 1위로 점쳐진 벨라루스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다시 고배를 마셨다. 2014년엔 래드브룩스 베팅 순위 5위에 그쳤던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하루키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루키에 이어 올해 후보 2위로는 케냐 소설가인 응구기 와 시옹오(7대1)가 올랐다. 그는 지난 20일 토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박경리문학상’ 제6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3위인 필립 로스는 ‘에브리맨’‘죽어가는 짐승’ 등을 쓴 작가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배당률 33대1로 공동 11위에 올라 있다. 노벨문학상은 아직 한국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1년 한국 출신의 재미소설가 이창래가 배당률 3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역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는 고은이다. 고은은 최근 10여년 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고은은 파블로 네루다, 에우제니오 몬탈레, 셰이머스 히니 등 다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받았던 마케도니아 시 축제 ‘황금화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래드브록스의 예측은 대체로 적중해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우크라이나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역시 배당률 5대1로 수상 가능성을 점친 바 있다.◇톰슨 로이터, 과학자 21명 공개…경제학상 예측후보 3명도 =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를 예상해온 톰슨 로이터는 지난 21일 올해 노벨과학상 예측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의 중력파를 관측한 연구진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톰슨 로이터는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로널드 드레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 같은 대학 킵 손 교수,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를 선정했다. 이 연구진은 지난 2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됐던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중력파는 거대 중력의 격동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또는 물결이다. 그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됐으나,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 등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중력파가 지나갈 때엔 시공간도 미세하게 변하는데, 중력파가 지상의 4㎞ 길이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정밀 측정으로 중력파를 검출해냈다.이 밖에 ‘고체의 유사 포텐셜 이론’을 연구한 마빈 코언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카오스 시스템의 제어이론 연구진인 세르소 그레보기 영국 애버딘대 교수, 에드워드 오트·제임스 요크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등이 물리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 수상자 후보로 모계 플라스마에서 태아의 DNA를 발견한 육밍 데니스 로 홍콩중문대 교수가 뽑혔다. 이를 통해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태아의 장애 여부를 알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쥐 세포와 인간 세포에서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수정 응용을 연구한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와 펑 장 MIT 교수 등도 후보자로 거론됐다. 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의 한 종류인 T세포가 활성화하는 조절제로 어떻게 작용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지를 규명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교수, 제프리 블루스톤 UC샌프란시스코 석학교수, 크렉 톰슨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장의 수상이 점쳐졌다. 경제학상 후보로는 올리비에 블랜차드 MIT 교수, 마크 멜리츠 하버드대 교수 등 3명이 꼽혔다.노벨상 수상자는 발표 직전까지 비밀에 부쳐져 예측이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톰슨 로이터는 지난해까지 총 3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맞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