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감행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빈틈 메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고 자평했던 제재 결의를 얼마나 더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관건은 미국과 중국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안보리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북 규탄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15개 이사국들은 이 자리에서 단 한 나라도 예외 없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비난하며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결의 채택 작업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혹시 모를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해 지난 4월께부터 결의 2270호에서 보완할 부분을 분석, 상임이사국인 미국 측과 공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새로운 결의안이 한·미·일과 중·러 간 이해관계를 얼마나 만족시키냐에 따라 향후 진행 과정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의 2270호는 북한의 해운 활동, 교역, 금융, 외교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활동뿐만 아니라 대외 활동 전반을 제약하기 위한 조치들을 이미 포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다만 석탄 등 광물의 교역을 전면 제한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생활과 관련한 교역에 대해서는 예외로 허용했다. 또한 항공유 급유 등에 있어서도 비상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숨 쉴 공간을 허용했다. 현재로써는 안보리 차원에서 획기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결의 2270호에서 예외로 인정했던 분야에 대한 허용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진다. 중국 측의 적극적 동참을 요청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어서 미·중 간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보리가 언론성명에서 유엔헌장 41조를 언급한 것은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기대했던 결의 2270호의 틀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며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시점에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제재 수위를 더 강화하기보다는 미·중 간 타협점을 최대한 빨리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다층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독자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부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연이은 도발이 이어지자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제재법을 통해 북한을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북한을 자금세탁우려국으로 지정하고 김정은을 인권제재 대상자에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한 정권의 목을 죄어왔다. 한국과 일본 또한 북한에 기항한 해외 선박의 입항을 제재하기로 하는 등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통해 안보리 결의와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독자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등 제3자까지 제재하는 방식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할 경우 적지 않은 중국 기업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수위를 높이는 것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자제재에 있어서도 선언적 의미 이상의 효과를 보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중국 역시 북한 당국이 '민생'이라는 명목으로 북한 주민을 앞세워 진행하는 불법적인 거래를 단속, WMD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 물자의 유입 차단이 중요하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