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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역학조사 자꾸 헛발질, 왜?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9.05 15:18 수정 2016.09.05 15:18

환자 협조않고 의료기관 무심…전국 창궐 업무 마비환자 협조않고 의료기관 무심…전국 창궐 업무 마비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찬밥 신세에요. 지역민들에게 읍소하고, 때로는 경찰을 대동해야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까지 있어요."보건당국의 초기 역학조사 발표가 헛다리를 짚자 방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가 섭취한 전갱이가 정어리로 둔갑하고, 역학조사 발표후 환자가 방문했던 횟집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역학조사에 빈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역학조사관들도 현장 대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시선이 냉랭하고 인원은 늘었지만 일거리도 함께 늘었다. 전국에 전염병이 창궐하다보니 업무는 이미 마비 상태. 의료기관들은 사태에 무심하고 지자체와의 협조도 잘 안되는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난의 화살을 역학조사관들이 모두 받아내고 있는 지경까지 치달았다.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거제 콜레라 사태로 현장에 파견된 본부 소속 역학조사관은 6명이다. 부산까지 합쳐 콜레라 환자가 4명으로 늘어났지만 감염경로에 대한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물론 올해 역학조사관 30명이 새로 채용되면서 인력 상황은 나아졌다. 지난해 메르스 후속대책의 긍정적인 영향이다.하지만 일거리도 함께 늘었다는게 보건당국의 볼멘소리다. 일례로 올해부터 감염병 예방법 개정으로 환자의 카드결제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정밀한 역학조사가 가능해졌다. 반면에 카드결제이력을 확인하는데 아직 하루 이상이 소요되고 이와함께 행정처리할 일거리가 늘어난만큼 역학조사관의 부담도 커졌다. 뿐만 아니라 올 여름 폭염으로 각종 감염병이 전국에서 잇따라 창궐하면서 업무는 이미 포화상태다. 본부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는 물론 아직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도 상황이 종료된 게 아니다"라며 "의료기관에서 C형 간염, 결핵 등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역학조사관이 현장에 다나가 있다"고 말했다.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다. 거제의 콜레라 3번째 환자의 경우 환자가 '전갱이'를 먹었다고 한 것을 조사관이 '정어리'로 잘못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억센 경상도 방언 탓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본부측은 환자 보호자와 환자 본인진술에서 '정어리'를 먹었다고 진술했고, 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의무기록에도 정어리를 먹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환자가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또 환자가 시장에서 수산물을 사다가 집에서 먹었다고 했지만 나중에 카드결제이력을 확인한 결과 인근 식당에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본부의 한 관계자는 "역학조사관이 수산물 전문가도 아닌데 급박한 상황에서 전갱이와 정어리를 구분 못한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또다른 본부 관계자도 "역학조사관은 환자가 한 말을 그대로 믿는데서 조사를 출발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환자가 역학조사관에게 언급하지 않은 식당 방문도 카드결제내역을 우리가 확인해서 밝힌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상 문제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초기 역학조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것이다.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국민들의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졌다. 거제민은 여기에 콜레라 발생으로 어업, 관광 등 지역 경제가 마비됐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역학조사관이 현장에 나가더라도 일부 지역민들은 조사에 정상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한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아직도 역학조사에 불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가능한 설득하려고 애쓰는데도 협조를 해주지 않은 경우도 있어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의료기관의 협조도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3번째 환자의 경우 콜레라 확진 전까지 병원 3곳에 들렀는데 이중 병원 한 곳은 보건당국에 콜레라 의심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가 의무는 아니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가 콜레라의 대표적 의심증상인 '수양성 설사' 환자가 내원할 경우 지체없이 신고해달라고 누누이 강조한 것을 무시한 셈이다. 보건당국이 콜레라 신고가 지연 책임을 물어 이 병원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은 면치 못하게 됐다. 지자체와도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콜레라 3번째 환자가 정어리와 오징어를 먹었다"고만 밝혔으나 경남도는 한발 더 나가 "구워서 먹었다"는 기존의 상식을 깬 발표로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콜레라에 대한 경각심을 한시라도 빨리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가 경쟁적인 발표가 결국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킨 셈이 됐다. 본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국민 알권리를 위해 서둘러 발표하다보니 다소 실수가 있었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역학조사관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능'이나 구멍'으로 지적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역학조사관들이 국민들의 나무람으로 많이 위축이 된 상태"라며 "미국처럼 역학조사관이 감염병에 대응하는 '영웅'으로 존경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환자와 주변인, 지역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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