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세번째 콜레라 환자 발생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처지가 곤혹스러워졌다.질병관리본부는 그동안 콜레라 예방수칙으로 '음식물은 익혀 먹으라'고 권고해 왔다. 콜레라균이 37.3℃ 이상에 3분 정도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어리와 오징어를 익혀 먹은 세번째 환자가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자 "끓여 먹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보건당국이 앞장서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됐다.경상남도는 31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제에 거주하는 세번째 환자가 지난 19일 인근 시장에서 산 정어리를 굽고 오징어를 데쳐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그런데 아직까지 정어리와 오징어가 콜레균 감염의 원인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익혀 먹더라도 조리방법에 따라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일반국민의 상식을 깬 조사결과 나오자 질병관리본부도 크게 당황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구이는 괜찮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 사실을 듣고 좀 놀랐다"면서도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정어리는 굽는 정도가 미비하거나 생선껍질이나 아가미 부분이 덜 구워졌을 수 있고 오징어의 경우 덜 데쳐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보건당국이 섣부르게 콜레라 감염 원인을 지목해놓고 본말전도(本末顚倒) 상황에 처하자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다른 음식물이나 상하수도 오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정어리와 오징어가 수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날 것을 먹은 것인지, 익혀 먹은 것인지도 확인치 않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사실상 거제에서 열흘째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감염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역학조사 부실 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정 본부장은 "앞으로 한달간은 콜레라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음식물은 가급적 끓여 드시고 날 것은 신선한 상태에서 껍질과 아가미 등을 제거한 채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