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의심되는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른바 '후진국형 의료행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은 23일 최근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동네의원(서울현대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익신고를 받고 역학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밝혔다.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을 내원한 환자 96명이 C형간염에 걸린데 이어, 올 2월 강원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435명이 C형간염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어 불과 6개월만에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감염이 의심되고 있다.일반적으로 C형간염은 사람간 전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대부분 혈액을 매개로 감염돼 C형간염 집단감염은 후진국형 의료사고로 분류된다.국내에서 C형간염은 일부 성접촉이나 피어싱, 문신 등 미용시술 과정에서도 나타나지만 오염된 주사기 등을 재사용하는 등 비위생적인 의료 환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후진적 의료행위는 대형병원보다는 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세한 동네 병의·원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이같은 후진국형 의료행위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의사 개인의 비양심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나에 100원도 안 되는 주사기의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환자들에게 재사용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는 자칫 환자의 소중한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면허취소 등과 같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이 개정안은 의료인의 일회용 주사관련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입힌 경우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에서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의협은 서울현대의원에 대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실제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불법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의사에 대한 회원권리 정지나 고소·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의협 관계자는 "역학조사팀과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 조사에 참여하거나 지원을 하고 불법이 드러나면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며 "비도덕적 의료행위가 확실하다면 의협차원에서 고소, 고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의협은 C형간염은 감염 경로가 다양하다며 불법형태가 아니라 약재를 섞는 과정이나 진료상에서 오염 등의 문제점으로 드러나면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지금의 일회용 주사기 등 치료 재료의 저수가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체외에서 가는 바늘을 삽입해 조직표본을 얻는 침생검(needle biopsy) 수가는 6만1810원으로 이중 바늘에 할당된 수가는 9210원으로 책정돼 있다. 반면 시중에서 일회용 바늘가격은 3만1350원에 거래되고 있어 의료기관에서 침생검을 한번 할 때마다 약 2만2140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또한 절개술 수가는 1만2020원인데 이중 치료재료 일회용 바늘(VICRYL 3/0 SINGLE NEEDLE)은 1634원으로 책정돼 있다. 바늘의 실제가격이 3725원인 점을 감안하면 의사는 매번 2091원을 손해보게 된다.병원 수술실에서 쓰는 일회용 수술포는 한팩당 2만~7만원이지만 입원료와 수술료에 포함시켜 의료기관이 비용부담을 떠안고 있다. 수술포의 가격도 다양한데다 환자에 따라 수술포(소·중·대형)를 써야하는 만큼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결과적으로 의사나 병·의원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아닌데다 의료행위를 할 수록 오히려 적자만 누적되면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때문에 현행 보험수가 체계상 치료재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회용 치료재료 비용이 수가에 전액 반영될 수 있도록 수가를 개선하거나 의료행위 수가와 별도로 일회용 치료재료 비용을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의료행위는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사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며 "건강보험이 장점도 갖고 있지만 수가 보전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어 리스크도 함께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