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여론의 사퇴 압박이 심한데도 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미 "처음엔 우 수석이 타깃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박 대통령 흔들기'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의 분석은 다르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이 상당했던 우 수석이 물러날 경우 이제 1년 4개월 남짓 남은 박근혜 정부의 사정라인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8일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을 넥슨에서 매입했다는 첫 언론보도가 나왔을 당시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있을 때는 김 전 실장이 사정기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그 뒤를 우 수석이 이어왔는데 그가 물러난 후에는 그럴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아 청와대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우 수석은 민정수석이 된 후 사정기관 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자신의 친정인 검찰의 인사는 거의 우 수석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검사장 출신의 한 인사는 22일 "사실 민정과 검찰과의 관계가 언론에서 주목받는 큰 사건만 하는 것은 아니고, 민정수석이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다 개입한다"면서 "그러니 우 수석 입장에서는 곳곳에 자기 사람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그동안 우 수석이 시시콜콜한 일선청 사건까지도 손을 대는 것 때문에 검찰 내에서 '이런 것까지 간섭을 하느냐'고 불만의 목소리가 강했다"면서 "우 수석도 처음부터 장악력이 강했던 게 아니라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으로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장악력의 강도를 높여온 것인데 새로 누가 오면 이제는 검찰이 호락호락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우 수석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우 수석 사퇴 압박이 강해지면서 서초동에선 김경수 전 고검장, 최재경 전 지검장, 김강욱 대전고검장 등이 후임으로 하마평 된 바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청와대에 '부동의' 의사까지 전달했다는 관측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다른 인사는 "괜찮은 사람들 중에서 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강욱 대전고검장이야 대구·경북(TK) 출신인데다 현직이라서 청와대가 원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인사들은 청와대에서 의사를 타진했는데 생각이 없는 것처럼 얘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청와대로선 감찰을 통해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나가는 밑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는데 이렇듯 대안이 마땅치 않아 우 수석을 고집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한 자리 바라고 일한 사람들 중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로 사정기관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못지 않게 경찰에 대한 우 수석의 장악력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경인 우 수석의 아들 꽃보직 변경 논란이 일었던 것도 결국 우 수석 눈치를 본 경찰이 알아서 보직을 변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강신명 전 경찰청장 후임인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운전, 논문표절, 위장전입, 딸 취업 특혜, 강원도 횡성 땅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우 수석의 공백은 자칫 경찰 내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2월 초 임기가 끝나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을 정하는 것도 우 수석 거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때 쯤이면 이미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우 수석처럼 오랫동안 사정기관을 장악해온 인사가 아닐 경우 후임 물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못지 않게 청와대가 걱정스러워 하는 부분은 국정원이다. 정보가 주요 업무임에도 국내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역할까지 해온 국정원 조직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 수석은 검찰 출신인 최윤수 2차장을 국내 파트 수장으로 보내는 등 그동안 꾸준히 국정원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온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