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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작은 설이라고도 불리는 동지(冬至)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2.17 17:20 수정 2017.12.17 17:20

동지(冬至)는 북반구에서 밤이 가장 긴 날로 남지(南至), 아세(亞歲)로도 불린다.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달하는 날이며 대설(大雪)과 소한(小寒)사이의 스물두번째 절기이다.양력 12월 21일 경이며 음력으로는 11월 초순에 들며,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이는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말이다.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겨 속절(俗節)로 삼았다. 이것은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유풍(遺風)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전통사회에서는 흔히 동지를 작은설이라 하여 설 다음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여겨왔다.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지 15일간에 지렁이 구부러지고 고라니 뿔 풀리고 샘물이 움직인다고 했다.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祠堂)에 올리고 여러 그릇에 나누어 퍼서 장독∙곳간∙헛간∙방 등에 놓아둔다. 그리고 대문과 벽∙곳간 등에 뿌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팥죽은 붉은색이기 때문에 잡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아파트 생활에서야 그저 이야기 거리이다동지 때는 동지 한파라는 강추위가 오는데 이 추위가 오기 전에 농촌에서는 보리밟기를 한다. 이때는 땅 속의 물기가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지면을 밀어올리는 서릿발(일부품) 현상으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의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옛날에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보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겨울밤이면 농부들이 동네 사랑방에 모여 내년 농사에 쓸 새끼를 꼬기도 하고, 짚신∙멍석∙봉새기∙삼태기∙꼴만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안방에서는 동네 아낙들이 모여 고구마에 동치미를 들이키며 바느질을 하다 말고 동네 길∙흉사는 물론 시시콜콜한 마을소식과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간다.글을 아는 부인들은 심청전, 춘양전 등의 소설을 읽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그때쯤이면 감홍시를 입이 벌게지도록 칠한 채 먹다 말고 엄마 무릎을 베고 이내 잠이 들곤 했다. 이처럼 겨울나기는 눈 오는 밤 질화로에 묻어 둔 불씨요 구운 밤알처럼 훈훈한 것이 없다.그러나 오늘날 산업화라는 황금만능주의의 상황은 우리네 아름다운 겨울 낭만을 통째로 잊어버렸다.모진 바깥세상에 시달리고 그을린 손을 포근하게 묻을 곳이며, 얼어붙은 볼을 감싸 녹여주며 거칠어진 마을을 따듯하게 살펴주는 정(情)의 원천이다. 겨울나기 쇠죽 끓이거나 군불을 넣어 지글지글 끓던 방에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따뜻함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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