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실력이 있는 응시자의 점수를 깎는 파렴치한 행태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규정을 무시하는 것은 예사였다. 특정인만 응시하도록 채용공고 누락, 인사위원회에 자기사람 심기, 면접장 임의 입회로 합격자 찍어주기, 이력서에 부모 인적사항 병기 등 온갖 불법이 자행됐다. 채용 절차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계약직으로 입사시킨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수법도 흔히 사용됐다. 비정규직을 줄이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선의'도 낙하산 채용에 악용할 소지가 다분했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에는 275개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과정을 점검한 결과 불법 채용 사례들이 소개됐다. 중간 결과이고 수사 의뢰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관명과 연루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응시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채용한 사례는 가장 죄질이 나쁜 행위로 꼽힌다. 지난해 한 공공기관에서는 인사 담당자가 고득점이 예상되는 지원자들의 경력 점수를 깎고 특정 지원자의 경력점수는 그대로 반영하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가산점 부여 대상자에게 가점을 주지 않고 불합격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면접위원이 아닌 자가 임의로 면접장에 들어가 합격시킬 사람을 노골적으로 '찍어주는' 행태는 무원칙의 극치였다. 사장이 면접장에 들어가 특정인에 대한 지원발언을 한 뒤 해당 응시자가 최종합격한 경우, 면접대상자 2명 중 1명에게만 질의하고 면접을 끝낸 뒤 질의를 받은 자가 최종 합격한 사례도 발견됐다. 기관장이 지인의 자녀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정규직 채용을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 2013년 한 공공기관은 부모의 성명, 직업, 근무처를 응시원서를 쓰게 하고 기관내 고위급 인사의 자녀에게 높은 점수를 줘 채용했다. 직원의 자녀와 나머지 응시자를 구분하기 위해 내부 직원들만으로 심의위원들을 구성했다. 채용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정규직 공채 대신 특별채용이라는 우회로를 택하는 방법도 대표적이다. 한 공공기관 기관장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지원자를 공개경쟁 없이 특별 채용한 뒤, 계약 만료기간이 다가오자 다시 상위직급으로 격상해 재임용했다. 이밖에 특정인만 지원할 수 있도록 채용 공고를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고'에는 누락하거나 서류 점수가 낮은 특정인을 서류전형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예정보다 훨씬 많은 선발예정인원 45배수를 1차 서류 합격시키는 무리수도 보였다. 채용서류에 필요한 증명서가 누락된 사람, 전공과 무관한 사람을 뽑는 행태는 다반사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전체 공공기관 중 4분의 1 정도를 점검한 결과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지방공공기관 824곳과 기타 공직유관단체 272곳에 대해서도 채용과정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감사체계 정비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