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한 독립법인대리점(GA)을 잡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보험사들이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GA에 주는 보너스로 과도한 경쟁을 벌이며 사업비를 끌어 올린다.금감원은 최근 손해보험사들에 "판매실적 확대를 위해 과도한 시책을 주는 영업 정책은 과당 경쟁을 유발-초과 사업비 발생-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보너스 경쟁 자제를 권고했다. 이달 11일부터는 열흘간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을 대상으로 영업·사업비 운용 실태를 검사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의 GA 관련 경쟁이 심각해지자 감독당국이 강력한 경고 사인을 보냈다.보험사의 시책은 일종의 인센티브 보너스다. GA가 자사 보험상품을 팔면 판매 수수료뿐 아니라, 영업을 더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보너스를 추가로 얹어준다. 시책의 종류는 판촉물부터 상품권, 현금까지 다양한데 최근에는 주로 현금이라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설계사에게 수수료 외 시책을 주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행보가 과당 경쟁을 촉발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설계사와 지점을 대거 축소하면서 매출이 줄자 올해 상반기 GA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책을 내걸었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사업비를 GA 쪽에 과감하게 투자해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상품을 팔면 수수료에다 보너스를 40만원까지 주는 '시책 400%'를 내걸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이렇게 치고 나가자 다른 보험사들도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의 시책을 내걸며 출혈 경쟁이 빚어졌다. 감독당국의 자제 권고로 보험사들이 지난달부터 시책을 200% 이하로 내리면서 출혈 경쟁은 잦아들었다.'공룡 GA'가 최근 수년간 보험시장 판도를 바꾸면서 이런 보너스 과열 경쟁을 비롯해 불완전판매 등 각종 문제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매년 줄고 있지만, GA 설계사는 증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GA 소속 설계사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중소기업 수준의 대형 GA가 53개까지 늘었다. GA 설계사가 본인이 받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하다 보니 불완전 판매 민원이 많다. "보험료를 대신 내주겠다"고 유도해 보너스가 많은 상품을 가입시킨 뒤, 그 상품을 깨고 비슷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이른바 '고아 계약'(승환계약) 등도 고질병으로 지적된다.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시책 경쟁은 사업비를 늘려 재무건전성을 악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권고와 검사 등으로 과열 경쟁을 자제하도록 하고 관행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