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쯤되면 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 파이터스)의 협상 기한 단축을 요구했는지 이해가 갈 법하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구단주들은 일본과 미국 간의 새로운 포스팅 협정에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기존의 선수계약협정이 만료돼 개정안이 나온 것이지만, 이번 겨울에는 다른 의미에서 중요했다. 오타니의 포스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선 오타니는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투수로는 42승15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타자로는 40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48홈런 166타점을 올렸다. 투타 겸업을 넘어 투타 천재로 활약하면서 미국 진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새로운 포스팅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기구(NPB) 뿐 아니라 MLB 선수노조의 동의도 필요했다. 당시 선수노조는 오타니와 관련한 특별한 규칙을 더했다. 포스팅 후 30일 간의 협상 기한을 21일로 줄여달라는 요구였다. FA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포스팅 후 진행되는 사항을 보면 선수노조의 결정이 이해가 될 정도다. 오타니는 본격적인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부터 에이전트사 CAA를 통해서 각 구단에 숙제를 내줬다. 선수 육성 시스템과 구단 시설, 팀에 녹아들게 하는 방안 등 6가지 주요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30개 구단은 때아닌 서류전형(?)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4일 현지 언론을 통해 구단들의 서류 합격 여부가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특히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가 탈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014년 다나카 마사히로를 포스팅으로 데려왔던 양키스는 또 한명의 일본인 괴물투수를 노렸다. 하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오타니는 서부 지역, 스몰 마켓의 팀을 원한다고 알려졌다.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빅마켓인 양키스는 협상 데스크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영입전에서 철수하게 됐다. 이에 뉴욕 지역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1면에 오타니의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향해 '겁쟁이(What a chicken)'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오타니 영입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4일까지 나온 현지 언론 등을 보면 시애틀 매리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서류전형을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는 오타니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구단도 있다. '야후스포츠'의 메이저리그 담당 기자 제프 파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애틀의 움직임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시애틀은 소속 구단 선수들에게 오타니와의 면접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영입 면담을 위해 기존 선수들이 LA까지 나서는 모습도 연출될 지도 모른다.다소 과해보이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오타니는 마운드에 서면 160㎞의 강속구를 뿌린다. 심지어 제구도 안정적이다. 5년 간 일본리그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비결이다. 2016년에는 타석에서 20홈런 이상 때려낼 정도로 파워도 갖추고 있다. 또한 이전까지 포스팅으로 미국 땅을 밟은 '일본산 괴물투수'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2012년에는 다르빗슈가 텍사스와 1억달러가 넘는 규모에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비용만 5170만달러, 6년 60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2014년에는 다나카가 양키스와 7년 1억 6000만달러에 계약했다. 포스팅 비용도 2000만 달러였다. 이들은 나란히 팀을 대표하는 선발자원으로 안착하면서 NPB 출신 괴물투수의 명성을 이어갔다. 오타니가 일본에서 선발투수로 남긴 성적(85경기 평균자책점 2.52)은 다르빗슈(167경기 평균자책점 1.99), 다나카(195경기 평균자책점 2.30)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포스팅 금액은 2000만 달러. 더불어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금 제한으로 연봉, 계약금도 제한된다. 볼수록 탐나는 자원이다.스타성에 실력까지 갖춘 오타니의 새로운 팀은 크리스마스 이전까지는 확정된다. 행선지가 확정될 때까지 이번 12월은 오타니를 위한 스토브리그가 될 전망이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