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로 명성을 떨치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7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축구인이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것은 차범근 감독이 처음이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29일 오후 2시 올림픽파크텔에서 '2017년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개최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 스포츠의 명예를 드높이고 자긍심을 고취해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준 체육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예우하기 위해 스포츠 영웅을 선정해 왔는데, 올해의 영예는 차범근 전 감독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해 이런 상이 있다는 것을 듣고 내심 기대를 했는데, 김연아를 넘을 수는 없었다"고 위트 있는 소감을 전한 뒤 "이토록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이순으로 내가 받았다고 해도 즐겁고 자랑스럽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차 감독은 "세계축구역사학회가 나를 20세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선정했을 때보다 깊은 의미를 느낀다. 나는 이 상을 내가 18세에 받았던 언론사 신인상과 함께 가장 자랑스러운 상으로 기억하고 싶다"면서 "19세에 국가대표가 된 뒤 어느덧 예순을 많이 넘긴 나이가 됐다. 그때의 신인상과 이 상은, 차범근의 축구 인생에 디딤돌과 마침돌이 되는 상"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감사하게 받으면서 큰 책임감도 이야기 했다. 그는 "최근 축구계가 어려운 일이 많아서 많은 후배와 제자들이 신명나게 일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축구인으로서 많은 것을 누리고 온 나로서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운을 뗀 뒤 "그러던 차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스포츠 영웅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뜻을 에둘러 표했다. 이어 차 감독은 "지금 축구협회는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팬들이 보기에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껴지겠지만, 내 눈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점점 역지사지라는 단어의 뜻을 되새기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가 내 식구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소통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차 감독은 오랜 동반자인 아내 오은미 여사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나는 평생 주인공 역할만 하고 살아왔다. 내가 받아야할 어려움과 내가 받았어야할 비난의 화살을 다 아내가 대신했다"고 말한 뒤 "정말 오늘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랑한다. 이 사명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날 잘 잡아달라"고 마음을 전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위해, 나아가 한국 스포츠를 위해 뛰겠다. 스포츠인답게 당당한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살겠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