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톨링'. 자동차가 고속도로 주행 시 정차하지 않고 번호판 인식을 통해 요금을 부과하는 자동요금징수 시스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기 이 스마트톨링을 조기 도입할 것을 공약했고 2020년이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재의 '톨게이트'가 불필요해진다. 따라서 7,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이 예고됐을 때, 수납원들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으나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산업수요의 변화'라는 이유로 수납원들을 제외했다.◇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독'원래 도로공사는 수납원들을 직접 채용했었다. 하지만 아이엠에프(IMF) 이후 1998년부터 점차 외주업체와의 계약을 늘렸고 2009년 부로 전 톨게이트에 대한 외주화 작업을 마쳤다. 도로공사가 '실질적'으로 수납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정직원으로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2심에 걸쳐 노조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는 수납원들의 직접고용 과정에서 '독'으로 작용했다. 가이드라인 전환대상에서 제외됐으니 회사는 역시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재상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요금소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봐도 요금통행료 수납 업무는 정규직 전환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산 톨게이트의 수납원 박순향씨(43·여)는 스마트톨링과 직접고용·정규직화 문제가 왜 연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법원 판결에서도 이겼고 불법파견 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먼저 하고 나서, 그 무인화로 인한 전환·재배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에는 외주화 이후에 겪었던 갖은 멸시와 차별도 영향을 미쳤다. 순향씨는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수납원들이 주말 밥하기, 미납 차량 단속하기, 잡초 뽑기 등 본래 업무가 아닌 업무들을 해야만 했다. 외주 사장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객으로부터의 막말과 성희롱은 예사고 사장으로부터의 폭언도 일상적이었다. 순향씨는 최근 "시키면 해야지, 어디 촌구석 아줌마들이 와서, 도로공사 옷을 입고 일하고 있으면서 고마운 줄도 모른다."는 한 사장의 말을 동료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다. 고객에게는 혹시 민원이 들어와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을까봐, 사장에게는 고용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수납원들은 제대로 된 대꾸도 할 수 없었다.◇도로공사 직접고용 계획 진심 없어 보여= 도로공사는 해가 지날수록 정년 등의 이유로 수납원 수가 자연 감소하고 있으며, 스마트톨링을 도입하더라도 부가적인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돼, 수납원들의 대부분을 그쪽으로 전직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이미 지난 2015년 공개된 도로공사의 내부자료를 보면, 스마트톨링 도입 시 업무전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2,000명의 인력감축이 예고된다. 그렇기에 수납원 노조는 회사로부터 직접고용 문제부터 확인받으려 하지만, 이에 대한 도로공사의 입장은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통해서 앞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순향씨는 "도로공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후에도 새로운 외주 업체 선청을 공모하고 있고, 이미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수납원들로부터 톨게이트에서 감원이 예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묻는 전화가 온다."라며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순향씨는 "잘 해봐야 자회사를 만들어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 같다."며 발끈했다. 순향씨는 이런 현실 속에서 스마트톨링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빠르고 편리함,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7,000명 노동자들의 고용이 달려 있습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