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에게 끌려 왔다.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기에 지옥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나를 바르게 가르쳐 주는 선지식도 없었고 좋은 지도자도 만나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살아있을 동안 건강하던 사람이 병들어 고생하는 것을 보았느냐”고 했다. 이에 그는 “그런 사람은 수없이 보았으며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염라대왕은 “세상에 그것보다 더 훌륭한 선지식이 어디 있느냐”며 꾸짖었다. 이어 뒤이은 질문에서 “주위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물론 여러번 보았다고 대답했다 “ 이 세상에서 죽음처럼 훌륭한 스승을 보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하며 크게 나무랐다. 세상에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는 그대로 훌륭한 선지식이며 살아 있는 선지식을 단면적으로 일러주는 우화이다. 어떤 스님이 시자(侍者) 한명을 거느리고 산중 암자에 살고 있었다. 스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 시자를 시켜 뜸을 뜨고 있었는데, 아랫마을에 사는 한 사람이 올라와 “스님 뭘 하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뜸뜨고 있네.” 그러자 마을사람은 손가락을 짚으면서 “갑자을축...” 하더니만 “스님, 오늘은 뜸뜨기엔 안 좋은 날입니다”라고 했다. 즉시 스님은 “얘, 시자야. 오늘 안 좋단다. 그만 하자”며 뜸뜨기를 중지 했다. 스님과 손님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손님이 내려갔다. 그러자 스님이 시자에게 “시자야. 하던 것 계속하자”라고 말했다. 놀란 시자가 “오늘은 안 좋다면서요.”라고 하자, 스님은 “안 좋은 거 다 내려가 버렸다!”라고 했다. 불가에서 이야기되는 선문답 가운데 가장 알려진 선문답이다. 불교 수행법 중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놓아 버려라’는 뜻이다. 모든 번뇌는 자기 마음으로 인해 생기는 것. 사회를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가난을 탓하고, 나쁜 머리를 탓하고, 남들을 탓하는 이런 마음들을 모두 버리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나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내 안의 문제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내가 내 삶을 창조해 내는 조물주이며, 나의 신(神)이 라는 뜻이다. 내 안의 문제이기에 안이 바뀌면 밖도 바뀌게 마련이다. 이 얼마나 명료한 정답인가? 요즘 우리사회가 심각한 자포자기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하여 사회, 정치,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안정감을 잃으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백성들은 국가안보의 위기감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걱정이 태산이고, 아예 미래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 국가의 행태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세포인 가족이 불행해지고 있다. 실직 가장은 노숙을 하면서 거리를 떠돌고 있고 취업이 안 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밤잠을 설치며 거리를 헤매고 있다. 빚에 짓눌린 가정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살기를 포기하는 현실이다. 사회 환경탓으로 일탈의 길을 걷는 청소년들의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여 어린학생을 납치하여 죽이고 시신을 훼손한 여고생도 있고 전교수석을 하던 여중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원조교제를 하는 기막힌 사건도 있다. 가정이 있는 여교사가 어린초등생 제자를 성추행하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넨 기막힌 일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해체적인 전반적 현상이 별다른 대책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정부에 들어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권력에 의한 피해 또한 가속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흡사 정부는 무력하고,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권력욕구에 빠져 사리분별조차 못하는 형국이다. 일부 언론은 반정부논리에 빠져 국가이익은 뒷전에 미룬 채 선동정치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아무리 이렇다 해도 국가를 포기 할 수는 없다. 마음을 밝게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수많은 스승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있지만 그것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일 뿐이다. 그보다는 각자의 삶 속에서 보다 깊고 의미 있는 성찰을 배워야 한다. 염라대왕의 질책 또한 바로 현실 속에서 귀감이 되고 스승이 될 만한 것에 눈뜨게 하는 중요함을 일러주는 묘책 아닐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찾아보면 도처에 스승이 있고 묘책은 있다는 계시다.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있는 고승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 방하착 이라는 깊은 지혜의 알림을 들어야 할 때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내면이 어두우면 모든 일이 힘들고, 외부환경이 아무리 나빠도 자신의 내면을 밝게 하면 사방이 밝아지는 법이다. 자신을 개혁하겠다는 우리의 정치인들,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우리의 정당들, 우리 모두 힘을 한곳으로 모아 욕심을 허무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칙칙한 무더운 열기가 매섭게 등줄기 타고 흘러간다. 우리 모두 ‘방하착(放下著)’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