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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생각의 그물을 다시 짜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0.11 13:27 수정 2017.10.11 13:27

영국의 스코트(Robert Scott)와 노르웨이의 아문젠(Roal Amundsen)이 거의 동시적으로 남극을 탐험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황은 아주 대조적이었다 스코트는 영국에서 가장 값비싼 오버코트를 최고급 양복점에서 맞춰 입었다. 이에 반해서 아문젠은 에스키모인들이 아무렇게나 만들어 입는 털가죽 외투를 몸에 걸쳤다. 스코트는 몽고의 조랑말이 끄는 썰매를 준비 했지만 아문젠은 개가 끄는 썰매를 준비했다. 스코트는 사냥을 가는 사람의 차림이었고 아문젠은 그야말로 탐험가의 차림이었다. 남극대륙에 가서도 스코트는 영국의 신사답게 말이 지치자 한 마리씩 안락사를 시키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직접 썰매를 끌고 북극점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아문젠은 데리고 간 개를 한 마리씩 잡아먹으면서 북극점에 도달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경험의 차이가 어떻게 자신의 현재를 표현하고 있는가를 보게 된다. 스코트는 영국군의 장교로 영국의 신사도를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아문젠은 바이킹의 후예로 눈보라 치는 혹한의 어름바다를 경험하면서 자랐다. 그러기에 스코트는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조랑말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신사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남아 남극을 정복하려는 의지 보다는 신사도를 지키기 위해 조랑말을 안락사 시키고 자신이 죽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아문젠은 오직 목적이 남극의 정복에 있기에 개를 잡아먹으면서까지 기어코 남극을 정복한 것이다. 벌써 한참 지난 얘기지만 북한이 장난감 같은 무인기를 남쪽으로 날려 정찰을 한 것을 보고 생각난 것이 바로 스코트와 아문젠간에 얽힌 얘기였다. 당시 언론들은 우리의 방공망이 뚫렸다고 연일 대서특필하였고 군에서도 그런 인식하에서 대책을 세우느라고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한발 앞서 뚫려 있었던 것은 생각의 그물이었다. 바람도 막아야 할 안보의식의 그물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방공망 이전에 우리 군은 북한이 그렇게 작고 조악한 무인기를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었다. 스코트는 아문젠처럼 개를 잡아먹으면서까지 남극을 탐험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국신사로 자란 군 장교의 상상으로는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첨단무기체계에 익숙해 있으면서 강대국이 개발한 신무기에만 황홀해 있는 우리 군의 상상력으로는 북한의 무인기를 염두에 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개썰매보다는 조랑말 썰매가 훨씬 빠르고 좀 더 인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왜 개썰매를 준비하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줘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왜 방공망이 뚫어질 때까지 몰랐느냐고 추궁해 보아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하고 궁핍하고 폐쇄적이지만 핵무기를 가진 호전적인 동족과 마주하면서 싸우고 있다. 그들에 의해 하늘에 방공망이 뚫린 것처럼 바다와 사이버 공간도 뚫린 지 오래 되었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배한 것이 무기가 낙후해서였던가?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에서 고전했던 것이 군사 훈련이 부족해서였던가? 이 또한 아니다. 싸움의 대상에 대한 깊은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다. 아무런 물자도 없는 가난한 나라가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적대하려면 결국 맹수에게 달려드는 곤충처럼 첨단무기보다는 비용이 안 들면서도 효과만점인 원시적 무기를 개발하려고 노력할는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생각의 그물을 물샐 틈이 없도록 다시 촘촘이 짜야할 것같다. 돈 안 드리고 효과적으로 싸우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먼저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10여일의 긴 추석연휴가 어쩐지 불안하기에 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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