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문화권은 대구시 달성군, 경북상도 고령군·성주군, 경상남도 거창군·산청군·의령군·창녕군·하동군·함양군·합천군, 전라남도 순천시, 전라북도 남원시·장수군 등에 흩어지듯, 천년이란 시간의 비밀에 감쳐진 문화권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간을 뚫고나와, 가야문화권은 우리의 역사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우리의 현대문화의 발원지를 찾으려면, 신라와 백제 그리고 가야문화 등에서 남상(濫觴)했다. 그럼에도 시간의 깊은 잠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가야문화를 볼 때에, 앞으로 우리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지금은 발굴 단계다. 발굴된 일부를 전시라는 형태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신라 등에 이은 또 다른 황금의 제국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고령군 대가야박물관과 공동으로 지난 26일부터 대가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대가야 왕릉 속의 비밀, 지산동 518호분’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발굴조사를 마무리했던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제518호분의 조사 성과와 출토 유물을 국민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가야사 복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특별전은 모두 3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우선 대가야와 지산동 고분군의 특징, 518호분의 조사과정의 성과를 사진과 영상자료로 설명했다. 그다음은 지산동 518호분에서 발견된 으뜸덧널, 딸린덧널, 순장(殉葬)무덤 등의 가야 고분문화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는 고분에서 나온 주요 출토유물을 통해 대가야 사람들의 문화상을 살폈다. 전시 유물은 관모장식, 귀걸이 등의 장신구와 갑옷, 투구, 말갖춤(馬具類) 등의 무기류를 포함한 518호분 출토 유물 257점이다. 518호분은 그동안 도굴의 피해를 당했다. 그렇지만 금동제 관모 장식과 누금기법(鏤金技法)이 사용된 금은제 귀걸이 등 다양한 장신구와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각종 말갖춤 등을 확인했다. 깃 꽂이와 말 투구는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예가 거의 없는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이다. 대가야 지배계층의 문화를 입증할 자료들이다. 대가야의 고분 축조기술을 보여주는 봉토 축조에 사용된 점토 덩어리 실물도 최초로 공개했다. 전시 기간인 11월 중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령 지산동 518호분과 대가야 고분문화’에 대한 특별강연도 준비했다. 특별강연에선 518호분의 발굴조사 성과, 대가야 고분 축조기술 소개, 출토유물 등 당시 가야인의 생활상을 들려준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은 대가야(大加耶) 최고 지배집단의 고분이 모여 있는 곳으로, 총 704기의 봉토분(封土墳)이 확인되었다. 고분군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에 처음 발견된 이래 1977년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704기 중 12기의 봉토분을 발굴‧조사했다. 518호분은 지산동 고분군 남쪽에 자리한 봉토분 중 최초로 조사된 고분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5기의 순장무덤은 축조단계를 달리하여 만들어졌다. 대가야의 순장문화를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들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가야의 역사와 고대사에서의 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앞으로도 가야 고분을 비롯한 가야문화권 유적과 유물의 조사와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의 공개․전시는 발굴을 국민들에게 보고의 성격을 가졌다고 여긴다. 보고로써 국민들은 우리 역사에 대한 사랑을 더욱 가질 것이다. 연세사학연구회 학술발표회(발표자 신가영)에서 가야를 ‘연맹’이란 개념에서 탈피해야한다. 경북 고령에서 전라도 동부까지 세력을 뻗친 대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같은 유사한 정치구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인문학이 소멸되는 시대이다. 이때에 위와 같은 학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의 전시에서 관련학계는 보다 구체적으로, 가야사 복원에 온힘을 다 쏟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