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일종의 채용 딜레마에 빠졌다. 지역인재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중진공처럼 이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방공공기관도 늘어날 분위기다. ◇"지원자가 적다"…정규직 장애인도 매년 1~2명 채용= 25일 중진공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진공은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장애인 청년인턴 채용 실적이 '제로'다. 같은 기간 정규직 신규채용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2명을 선발했지만 2015년과 지난해, 올해 상반기에는 나란히 1명에 그쳤다. 중진공은 공개채용 모집 요강마다 '장애인 우대'를 명시했지만 구직자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진공 관계자는 "최근 청년인턴 채용 모집에서 10명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중진공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은 현재 25명(인정인원은 30명)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전체 상시근로자 대비 3% 이상) 기준을 가까스로 맞췄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중 가장 '덩치'가 큰 중진공의 처우는 여느 공공기관 부럽지 않다. 지난해 직원 평균보수를 보면 1인당 평균 보수금액은 7665만원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 평균 보수 6607만원을 1000만원가량 웃돈다. 이는 중진공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중진공과 같은 공공기관은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는다.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권고사안이지만 의무평가로 포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기관 숙명?…"진주만 11개 기관 인재유치 경쟁"= 중진공 안팎에서는 2014년 본사를 경상남도 진주로 이전하면서 예견된 결과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은 일정 비중으로 지역인재를 채용해야 한다.중진공 관계자는 "서울에 살면서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가 진주로 얼마나 오겠냐"며 "게다가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더라도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구직자는 지역인재 전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진주에 위치한 몇 몇 대학에서 주로 지역인재를 뽑다보니 인력 수급뿐만아니라 전국 단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진주에만 11곳의 공공기관이 지역인재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진공은 수도권에 11개, 비수도권에 20개 지역 본부 및 지부를 두고 있다. 중진공 입장에서는 각 지역별로 인재를 뽑는게 인력 수급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이같은 고민을 겪는 공공기관은 중진공으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높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기관 신규 인력 30%를 지역인재로 채용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인력수급 어려움뿐만아니라 학벌, 지역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자칫 채용 비리를 부추기는 결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미 중진공 내에서는 경상남도 A고등학교 출신, B고등학교 출신, C대학교 출신끼리 연대감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인재가 늘어날수록 학연, 지연 고리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중진공의 장애인 채용 의지가 부족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는 국가 균형발전이 목적이고 입시 과열,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많아 기관이 자구안을 마련해야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례로 올해 중진공과 같이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이 된 기술보증기금은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장애인 청년인턴을 매년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27명 채용했다. 기보의 본사도 중진공과 마찬가지로 경상남도(부산)이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