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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회

"그 외국인 노동자 몰라"퇴직금 못준다는 대표

이은진 기자 입력 2024.10.14 10:37 수정 2024.10.14 10:37

법원, 근로자에 퇴직금 1050만 원 지급 판결
회식 동영상, 대표와 어깨동무 사진 등 제출

자신 사업장에서 3년 6개월 가량 근무한 근로자를 모른다고 부인한 사용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법원 민사소액 1단독은 외국인 근로자 A씨가 자신이 고용돼 근로한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A씨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불법체류 노동자다. 그는 2019년 11월~작년 4월까지 약 3년 6개월 가량 제조업체인 B법인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했다.

그러나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A씨와 같은 불법체류 노동자에게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계좌이체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채 매월 월급 봉투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다.

A씨는 퇴직 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노동청에 신고했다.

이에 B법인 대표는 "A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4월 급여가 월급봉투가 아닌 계좌 이체된 내역이 확인되자 20일 정도 일 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노동청은 이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자 B법인 대표는 A씨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B법인에서 3년 6개월이나 근무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표와 사진을 찍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는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당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이에 공단은 A씨를 대리해 B법인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일 뿐, 민사적인 퇴직금 지급의무와 민사의 증거와 그 증명력은 형사와 다름을 피력했다.

민사적 증거 확보를 위해 B법인에 문서제출명령신청, 관할 세무서에 과세정보 제출명령신청,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신청을 하는 등 증거를 수집했다.

또 A씨가 B법인에 근무한 증거로 회식에 참여한 동영상, B회사 대표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작업 내용을 촬영한 동영상 등을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A씨가 B법인에 고용돼 계속 근로했음이 인정된다"며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 소속 소송대리인 유현경 변호사는 "대표자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근로계약서 등 객관적 자료를 남기지 않고 3년 6개월 이상 동고동락한 근로자를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부인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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