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환경의 산물이다.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산업화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모든 생명들이 모여 사는 자연환경은 가히 폐허로 변했다. 겨우 지킨 것은, 그린벨트였으나, 이마져도 그 많은 국토가 이곳으로부터 해제라는 운명에 처했다. 그 명분은 그럴싸했다. 도로를 닦는다, 사람들이 살 아파트를 짓는다,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 생명체의 삶터인, 자연은 하루가 다르게, 녹색이 회색의 공간으로 변했다. 여기에 비례해, 생명도 죽어나갔다.
하지만 일부는 지금도 녹색을 유지한다. 습지(濕地)가 그렇다. 이곳은 아직도 멸종위기 종들이 생명을 유지한다. 습지는 오염 물질을 없애거나, 홍수와 가뭄 등을 조절한다. 따라서 습지에 사는 생물을 보호해야 한다. 습지는 하천이나 늪, 연못으로 둘러싸인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이다. 비가 오고 나면, 낮은 지대로 모여든 많은 물이 시간이 지나 연못이 된다. 그 연못이 커지면, 습지가 된다. 늪과 갯벌도 습지의 한 형태다.
습지는 각종 생물들의 서식지다. 오염원도 정화한다.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다. 자연의 보고다. 습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가진다. 아직까지 습지는 오염되지 않은 곳이 많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5월 환경부에 따르면, 무등산 국립공원 평두메습지가 람사르 협약 사무국으로부터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번 등록으로 우리나라는 총 26곳의 람사르 습지를 보유했다. ‘람사르 습지’는 지형·지질학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이거나, 생물 서식처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국제적인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인정한 곳이다.
지난 10일 환경부가 영양 석보 포산리 장구메기습지를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장구메기습지는 산 정상 부근에 형성된 산지습지다. ‘묵논습지’다. 이곳은 경작이 중단된 논이 천이과정을 거쳐, 자연적으로 습지로 변화한 곳으로, 생물 다양성이 우수하다. 양서류부터 야생 동식물에게 중요한 서식 환경을 제공했다.
장구메기습지는 담비, 삵, 하늘다람쥐, 팔색조, 긴꼬리딱새,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6종을 포함해, 총 458종 생물 서식이 확인됐다. 다양한 습지·산림·초지형 생물들이 번식 및 먹이 터로 이용하는 등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았다. 이번 장구메기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으로 국가 내륙습지보호지역이 33곳이 된다.
이 지역을 국립생태원이 수행한 장구메기습지 생태계를 정밀하게 조사(2021~2022년)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23년 9월 영양에서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환경부는 타당성을 검토했다. 지역 공청회, 지자체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장구메기습지 일원 0.045㎢를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영양 장구메기습지의 우수한 경관과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내년에 습지보호지역 보전계획을 수립한다.
보호지역 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유주가 원 할 경우 적극적으로 사유지를 매수한다. 영양군과 협력해, 인근 머루산성지 등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으로 지역사회 ‘경제 효과’도 창출한다.
장구메기 습지에는 주변 임도서 토사가 유입된다. 지하수위 저하 등으로 습지 기능이 상실된다. 생물다양성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2022년 9월부터 국립생태원과 케이티앤지(KT&G)가 습지 보전을 위한,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물길 복원, 침식사면 정비 등을 추진했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영양 장구메기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다. 습지는 ‘생태광관’지역이 아니다. ‘경제효과’지역도 아니다. 습지는 ‘그냥 두는 것’이 최고의 보호다. 관광객의 승용차가 들락날락할 때부터, 습지는 훼손된다. 해당 지자체는 그냥 두는 보호대책을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