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물극필반' 정신을 차립시다

김경태 기자 입력 2024.07.08 07:33 수정 2024.07.08 07:37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물극필반(物極必反)은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이다. 초나라 사상가인 갈관자는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원위치로 돌아간다. 이를 환류라 한다(物極必反 命曰環流)"고 하였다. 주역의 해설서인 주역 계사전 하편에 보면 "역은 궁에 달하면 변하고 변해야 통하고 통해야 오래 간다(易窮卽變 變卽通卽久)"고 하여 사물은 궁극에 도달하면 변한다는 뜻으로 물극필반의 뜻을 담고 있다.

중국 유일의 여황제인 측천무후는 막내 아들을 황제로 세우고 섭정을 계속하다가 본인이 황제가 됐다. 소인환이라는 대신이 상소를 올렸다.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李씨에게로 향하고 있다. 무후께서는 아직까지 섭정의 자리에 있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반드시 넘친다(物極必反 器滿卽傾)는 이치를 아셔야 한다"고 무후의 퇴진을 권유했다. 이 간언을 듣지 않았던 무후는 장간지가 이끄는 500명의 친위군에 의해 폐위됐다. 이 글에도 물극필반이라는 고사 성어가 나온다.

유사한 사자성어로는 월영즉식(月盈卽食), 흥망성쇠(興亡盛衰), 세강필약(勢强必弱), 물장즉노(物壯卽老),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물극즉반(物極卽反), 물극즉쇠(物極卽衰) 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사물이 극에 도달하면 반전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물극필반이라는 법칙이 적용된 사례는 역사에 무수하다. 고려왕조의 부패와 실정이 극에 달했을때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조선의 당파 내분과 외세 압력이 극에 도달했을 때 일제의 침략을 받게 되고, 일제의 압박과 국제 정세가 극에 도달했을 때 광복이 왔다. 지금이 우리가 망할 수밖에 없는 징조가 내부와 외부에서 하늘을 찌를 만큼 심각하다면 물극에 도달한 것이다.

서쪽에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일어나 세계 여러 나라가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핵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나쁜 마음만 먹으면 한 순간에 서울과 평양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남과 북이 대결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은 평양까지 와서 핵미사일 무장을 고도화하고 있는 김정은을 포옹하면서 격려를 했다.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사태를 고도화시키고 있다. 이 상황을 보고 물극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자기 당 대표를 조사하는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에 검찰 총장은 "민주당의 탄핵은 방탄 탄핵, 위헌 탄핵, 위법 탄핵, 사법 방해 탄핵, 보복 탄핵" 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도 국회법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검사 탄핵 조사와 청문회"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검사들 반발은 내란행위"라고 하고 국민의 힘은 "민주당은 탄핵중독 국기문란"이라며 극한 대결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권분립은 무너지고 국정은 혼란에 빠진다. 이 정치판이 물극이다.

지난 4월 5일 스카이데일리가 광주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했다. 4346명의 유공자 가운데 가짜 유공자 정치인과 언론인, 목사, 예술인, 교육자 등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사람이 유공자의 명단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이 폭탄이 터졌는데도 국회와 정부는 중도층 지지표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거대 신문과 방송이 입을 닫고 있다. 이 또한 물극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 65세 시니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다. 고형화사회 대책이 없다. 70대 80대 90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비례대표가 있어야 한다.

합계 출산율이 0.68명이다. 유치원은 노인정으로 간판을 바꾸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가 문을 닫고, 지방의 소멸위기 도시는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에 전국에서 100개 대학이 폐교해야 한다. 이 상황이 물극이다. 명절 제사상 제물 준비도 못하고 처자식 먹여살리기도 어려운 사람도 있고 명절 연휴를 즐길려고 골프체를 매고 인천과 김포 공항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국가 경쟁력 20위와 국민총생산 10위라고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상황은 심각하다. 이 또한 물극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도권으로만 몰려간다. 대학은 벗꽃이 먼저 피는 순서대로 입학충원율 빈곤에 허덕인다. 배가 불러서 고민인 수도권의 놀부대학과 배가 고파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지방의 흥부대학이 겪고 있는 양극화 비극 이 또한 물극 중에 물극이다. 외교안보와 정치경제, 사회안전, 기후환경, 윤리도덕, 육야교육 문제 등 물극의 도수는 점점 높아간다, 물극 다음은 필반이다. 이 필반은 긍정과 부정 두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필반은 본래로 돌아온다는 뜻이 있지만 더 나쁜 상황으로 변화하는 반전이 일어 날 수 있다. 고려조의 반전은 이조였지만 이조의 반전은 일제였다.

광복후 내년이면 80년을 맞게 된다. 반도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불사조 처럼 생존해온 한 민족은 시한 폭탄처럼 물극의 도수를 높이고 있다. 언제 비극적인 재앙의 반전이 일어 날지도 모르는 위중한 비상에 처해 있다. 

이민을 가는 친구가 "오산과 평택 근처 미군 가족의 동태를 잘 살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고조되는 물극이 어떤 필반으로 전환될지 불안하다. 탐욕과 권력에 중독되어 위기 의식도 없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편을 갈라 죽기살기로 세력 확장에 몰두 할 때가 아니다. 공존과 상생을 위해 임박한 물극과 필반에 대처해야 한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