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들이 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대학 당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지원 모델이 국내 최초로 마련됐다.고려대학교는 3일 'KU-FRG'(Futre Research Grant·고려대 미래창의연구사업)을 실시해 교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미래창의 연구기금' 50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려대에 따르면 학교는 '뉴턴 프로젝트'(기초과학 및 공학) '다산 프로젝트'(사회과학) '르네상스 프로젝트'(인문학) 등 총 3개 분야에서 135개 과제를 선정, 교원 201명의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체 전임교원의 12.5% 규모다.이번 사업은 정해진 기간 내 연구 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기존 지원과 달리, 연구진들이 기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국내 대학 중 첫 사례라고 한다.학교 관계자는 "기존 연구지원의 경우 일정 기간 내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교수들이 안전하고 무난한 과제를 선택하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연구가 종료된 시점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 외 제약이 없어 깊이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학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업적 위주 논문으로 지식을 재생산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송태진 고려대 연구처장은 "이번 사업은 즉각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한 구조"라며 "미래지향적 융합 연구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통해 학문융합형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지원 연구 중 하나인 '초학제적 감염병 국가위기 대응·역량강화사업 기획연구'는 인문·사회·정책·과학기술·의료 등 다분야 교수 23명으로 구성된 과제로, 연구팀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염병 사전 진단부터 예방, 사후 피해복구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연구책임자인 최상옥 행정학과 교수는 "한가지 학문만 연구할 경우 한 주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이나 진단 등을 내리기 어렵다"며 "학문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