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미분양 아파트 할인 분양에 기존 입주자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에 일각에서는 ‘결국 곪아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 써밋이스텔라'는 미분양이 남았지만 할인 분양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시행사인 호반산업 측은 지난 3~4월 미분양 물량을 할인해 내놓으려 했지만 입주자들이 반발해 접은 상태다.
당초 시행사는 미분양 물량을 사면 잔금을 5년 뒤에 내게 하거나, 최대 9000만 원을 깎아주는 등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기존 입주민들은 할인에 반발, 지난 2월 서울 호반산업으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였고, 지난 13일에는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기도 했다. 이어 할인 분양자에게 관리비 20%를 더 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할인분양은 회사에서 안 하고 있다. 분양사무실도 철수했다"며 "미분양이 18가구 정도 남아 있어 나머지 할인분양을 다 하려고 했는데 주민 반발이 많아 중단됐다"고 전했다.
한편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도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46세대 분양률이 20%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매로 넘어가 분양가보다 3~4억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기존 입주자들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가압류 등으로 중도금 대출·등기 불가합니다" 등의 현수막과 철조망을 치고 입주민이 경계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빌리브헤리티지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변경)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대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수성구 신매동 '시지라온프라이빗'역시, 단지 정문에 "할인분양 입주자 절대 이사불가 ○○건설 책임져라"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 단지 비대위는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일부 반환 소송을 걸고, 미분양 물량에는 가압류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미분양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모델하우스에선 분양권자가 분양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의자 등 집기를 집어던져 전시된 모델을 부수기도 했다.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은 작년 2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방 광역시·도 중 가장 많았고, '악성 미분양' 물량은 작년 하반기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