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이후 매매시장이 잠잠해진 것과 달리 전세시장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관망에 빠진 매매수요가 전세로 우회하면서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이를 직감한 정부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위한 고강도 규제를 검토 중이지만 도입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려 세입자들의 일시적 주거비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부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 데다 8·2 대책 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매매수요가 매수를 보류하고 전세시장에 추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대표 단지인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8·2 대책 전 12억5000만원까지 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13억원까지 올랐다.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망설이는 순간 매물을 놓친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하반기 금리상승 등 경기하방압력까지 더해질 경우 주택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돼 전셋값이 급등할까봐 우려하고 있다.이로 인해 정부가 다음 달 내놓을 추가 부동산 대책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실효성있는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전월세시장 안정화 정책 중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비용을 일정 비율(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는 제도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이 만기된 뒤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취임 당시 이들 제도의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제도를 시행하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당론으로 정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수시로 발의했다. 현재 최신 개정안은 백해련 의원 등 14명이 지난 3월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이다. 본회의 상정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으며 상정되더라도 야당과 단기간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도입 방침이나 스케줄 등 추진방향 정도가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는 올해와 내년 입주물량이 많은 만큼 전셋값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집값 상승이 정체된 만큼 전셋값 상승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임대사업자등록 활성화,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 계획을 미리 알림으로써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에 비해 수도권 공급물량이 많은 만큼 인근 수도권으로 이주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다주택자들의 자발적인 임대사업등록을 유도하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8·2 대책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일정기간 임대를 유지하면 양도세중과세를 면제해주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연장 적용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세제혜택이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지원책 등이 더해질 전망이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서울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전세난 우려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를 통해 일차적으로 임대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정부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공적임대주택 공급(연간 17만 가구)의 세부계획과 8·2 대책에서 처음 밝힌 신혼희망타운(연간 1만가구)의 구체적인 공급방안도 다음 달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계획한 공적임대주택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세히 밝혀 전세 물량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수도권에는 공급이 충분한 만큼 일부 수요의 이주를 유도한다면 전세난이 우려처럼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