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의 불똥이 문재인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로 튀고 있다. 이번 수능 개편 시안만 놓고 보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심지어 정부가 약속한 2022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17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제도다. 고교교육 정상화의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공약으로 꼽힌다. 현재 교육부는 교육과정정책국 산하에 고교학점제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문재인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00대 국정과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내년 100여개 안팎의 고교를 선정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오는 2022년까지 전국 고교로 확대한다는 밑그림도 내놨다.그 시발점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라는 게 교육현장의 중론이었다. 수능 개편 방향에 따라 고교학점제의 추진동력이 힘을 얻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고 봤기 때문이다.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은 두 가지다. 7과목 중 4과목(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만 절대평가로 치르는 ‘일부과목 절대평가’(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2안) 등이다. 교육계에서는 두 가지 시안 모두 고교학점제의 추진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 원인으로는 수능 개편 후에도 여전한 학습 부담이 꼽힌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과목 수가 종전보다 늘었다는 것”이라며 “과목 수가 많아지면 평가체제 여부를 떠나 학생의 수능 학습 부담이 당연히 늘고, 이에 따라 학교수업도 수능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공통과목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안(案)이 빠진 것도 고교학점제 동력 상실의 이유로 지목됐다. 교육부는 당초 수능에서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만 시험을 보고 평가체제도 모두 절대평가를 적용하자는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이에 대한 기대 효과로 고교 1학년 이수 후 2~3학년 때는 흥미·적성에 맞는 학습에 집중할 수 있고 고교학점제 안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고교학점제는 입시과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는 입시과목을 최대로 늘리고 출제수준도 고교 3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면서 “결국 학교현장이 수능 출제과목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시쳇말로 사실상 고교학점제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통과목(고교 1학년 과정)과 공통과목 연계 일반선택과목(고교 2~3학년 과정)을 중심으로 출제하는 수능 과목 구성도 고교학점제의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학생 선택기회를 준 탐구영역을 제외한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등 핵심영역은 모조리 공통과목 및 연계 심화과목으로 구성해 획일적인 교육과 학습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자율적인 과목선택이 핵심인데 수능 출제과목이 이를 막고 있으니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겠는가”라고 했다.고교내신 상대평가제 유지도 원인으로 꼽힌다. 학생 간 점수경쟁이 불가피한 상대평가제로는 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과목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며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내년 고교에 진학해도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교육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내년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지정해 시범운영하고 2022년 전면 도입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