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국내에서 발견된 ‘살충제 달걀’에 장기간 노출되면 간과 갑상샘, 신장 등 인체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다만 ‘국제식품규격’에 따라 한꺼번에 245개를 먹지 않는 이상 인체독성 문제는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살충제 댤걀에서 나온 성분은 ‘피프로닐(Fipronil)’이다. 피프로닐은 가축과 애완동물의 이·진드기 등을 없애는데 사용하는 살충제다. 독성 때문에 닭 등 사람이 먹는 가금류에 직접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개와 고양이 같은 일부 반려동물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은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위험이 높다.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도 피프로닐을 장기간 섭취하면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얀색 분말 형태인 피프로닐은 공기로 떠다니는 것을 흡입하거나 달걀 등을 먹어서 인체에 흡수되며 두통이나 경련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2010년 국제학술지 ‘임상독성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피프로닐에 노출된 조사대상자의 89%가 두통이나 현기증 같은 부작용을 경험했다.WHO의 국제식품규격 코덱스(Codex),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피프로닐에 대한 인체 잔류기준을 달걀 1kg당 0.02mg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달걀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닭고기 잔류기준은 0.01ppm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국내 산란농가에서 최초로 검출된 피프로닐은 1㎏당 0.0363㎎로 기준치를 넘었다.식약처는 피프로닐로 인해 단기간에 몸에 급성독성이 나타나는 최소 섭취량을 몸무게 60㎏ 성인을 기준으로 0.54ppm으로 분석했다. 이는 달걀 245개 이상을 한꺼번에 먹어야 독성이 생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연방유해평가원은 몸무게 65㎏ 성인 기준으로 24시간 내 오염된 달걀 7개를 초과해 섭취하면 신체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국내 보건당국의 위해성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암물질인 피프로닐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 연구결과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동물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됐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다량의 달걀을 먹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국내 농가에선 피프로닐 외에 비펜트린(Bifenthrin)이란 살충제 성분도 함께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들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진행한 결과, 경기 광주시 소재 한 농가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비펜트린은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분류한 발암물질이지만 국내 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 식품공전에 따라 비펜트린의 인체 잔류기준은 달걀 0.01ppm, 닭고기는 0.05ppm이다. 문제가 된 농가의 달걀은 비펜트린이 0.0157ppm 검출됐다.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비펜트린은 신경학적으로 두통과 저림, 무감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부 환자는 복통과 설사 증상까지 겪었다. 이 성분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은 가슴통증과 기침, 호흡곤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충제 달걀이 국내에서 발견됨에 따라 전국 1430개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식약처도 조만간 살충제 달걀 성분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