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식으로 간암을 치료하는 의료기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이 의료장비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제일약품이 첫 국산화에 성공하면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8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서울대병원 등 국내 8개 대학병원에서 간암수술에 사용하는 의료장비 ‘화학색전용 체내분해성 국소약물방출 미세구체(이하 UNI-DEB)’의 확증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UNI-DEB는 간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약한 뒤 그 혈관을 막아버리는 시술에 사용한다. 간암세포의 밥줄을 끊으면서도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가 다치지 않는 표적치료가 가능한 의료장비다. 무한증식을 반복하며 주변 혈관까지 침투해 부족한 영양분을 빼앗는 암세포의 특성을 역이용한 것이다.간은 몸속 다른 장기와 달리 2개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정상조직은 소화기관인 소장과 대장을 돌아 나오는 ‘문맥(portal vein)’이란 혈관을 사용하며, 암세포는 대동맥에서 직접 나오는 ‘간동맥’이란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확보한다. 간암 환자들은 간동맥을 막아버리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받는데, 이때 혈관을 막는 UNI-DEB 같은 의료장비가 필요하다. 현재 이 의료장비는 몸에서 녹는 생분해성 제품으로 3등급 의료기기로 개발되고 있다. 1~4등급으로 나뉘는 의료기기는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한 치료에 사용하며 정부의 품목허가 절차가 까다롭다. UNI-DEB는 간암을 잘라내기 어려운 중증 암환자에게 사용될 예정이다.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신규 간암환자 수는 1만6178명이었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상태가 악화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받는 환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제일약품은 UNI-DEB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정부과제에 선정된 만큼 임상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시작했고 2018년까지 제품 개발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