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국가책임 등 정부방침 역행 ‘괘씸죄’ 논란 연구자 “동의 없이 삭제”…보사연 “동의 받았다” 국민건강보험 20조원 적자 시점이 정부 발표보다 5년 빠르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국책 연구기관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내용의 이 보고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낸 이후 벌어진 일이다. 2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등에 따르면 보사연이 지난 20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 재정전망I'(신화연·이진면·이용호) 자료가 최근 보사연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보고서는 고령화 등 인구변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2020년에는 건강보험 적자가 19조원 발생하고, 이후 적자규모가 가파르게 늘어 2030년에는 100조원대로 불어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와 보장성 강화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불어나는 적자규모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특히 20조원 적자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정부 발표보다 5년 빠르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비판이 따르자 복지부는 21일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국책연구기관의 자료에 대해 상급기관인 복지부가 반박성 자료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복지부는 자료에서 “지난해말 누적적립금이 2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에도 당기수지 흑자가 예상된다”면서 “불과 4년 후인 2020년 적자가 19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추계”라고 반박했다. 추계 근거가 정확하지 않으니 객관성에 문제 있다는 얘기다. 이후 보사연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해당 보고서 파일을 곧 삭제했다. 연구자의 소신과 학자적 양심에 따라 분석 결과는 다를 수 있음에도 복지부의 문제 지적 후 곧바로 자료를 삭제한 것이다. 복지부의 정책과 연구자의 분석이 다를 경우 건전한 토론과 검토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책 연구원의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사연은 삭제 과정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의 의견도 듣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학문과 연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사연 안팎에선 복지부의 설명자료가 보고서의 삭제를 사실상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고서의 분석이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보사연 고위 관계자는 “정부(복지부)가 보고서에 대해 (삭제)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연구자도 이에 동의해서 삭제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의 설명은 달랐다. 연구자는 “삭제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내부적으로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연구에 참여한 또 다른 연구자는 "보고서가 삭제됐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문제가 있어 보사연이 자체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