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공영화, 재산권 침해·교육자율성 훼손” “정부지원 국공립원생 1인당 99만원…사립 22만원” 향후 5년간 유아교육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세미나가 사립유치원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교육부 의뢰로 정책연구를 하는 서울시교육청과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팀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 4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이 중심이 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 500여명(경찰 추산)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면서 취소됐다. 지난 21일 무산된 대전지역 3차 세미나에 이은 두 번째 파행이다. 한유총이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 대해 집단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 제시된 국공립유치원 주요 확대 방안에는 사립유치원의 공영화가 있다. 사립유치원이 법인으로 전환해 정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공립과 사립의 중간 형태를 말한다.한유총 소속 한 회원은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본격화하면 지원이 줄어드는 사립유치원 입장에서는 공영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결국 유치원의 법인화가 불가피한데 이는 개인 전 재산을 투입해 운영해 온 유치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에 넘겨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의 자율성 훼손도 거론한다. 김영임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이들이 자라 온 환경, 그들이 가진 소질·적성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유아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올 것이며 그동안 사립유치원이 추진해 온 창의적 교육활동과 다양성 교육을 말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 재정지원의 불평등도 꼽는다. 김득수 이사장은 “현재 국공립유치원은 원생 1명당 99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을 받는데 사립유치원은 22만원에 불과하다”며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의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이번 기본계획에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 과정에서의 사립유치원측 배제도 지적한다. 이희석 비대위원장은 “이 귀중한 정책을 만드는데도 만 3~5세 취원율이 75%에 이르는 사립유치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장상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분들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해당 정책연구를 총괄하는 김용일 교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는 현재 초기단계로 착수한지 불과 한달이 조금 넘었다”며 “이번 세미나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한다는 취지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한유총 관계자들이 이번 세미나를 정책결정이나 최종보고서 완성을 앞두고 진행하는 공청회로 오해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책의 밑그림만 그려진 상황인데 마치 사안이 결정된 것처럼 오해했다는 것이다.연구진 중 한 명인 조부경 한국교원대 교수도 “이번 세미나는 국공립과 사립의 문제를 떠나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하면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 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자 국가과제이기는 하지만 사립유치원을 포용하고 균형적 발전을 이뤄나가야 하는 것도 중요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세미나는 파행됐지만 현장의 중요한 목소리인 한유총의 의견도 경청해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