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외모를 자랑하는 서울 중견기업 부장 이상철(44·가명)씨는 얼마전부터 가까운 곳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벗거나 몸을 뒤로 젖히면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3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지만 컴퓨터 작업에 매달리는 업무 특성상 자주 눈에 피로를 느꼈다. 이씨는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은 결과, 노안이 왔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은 말 그대로 늙어서 생겨나는 눈의 상태를 뜻한다”며 “근시나 원시가 나빠진 게 아니라 수정체 자체가 노화를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보통 노안은 만 40세 이후부터 발생한다. 노화 증상으로 인해 눈 안을 통과하는 빛을 모아주는 렌즈 형태의 수정체가 고유의 탄력성을 잃은 탓이다. 노안이 생기면 사물을 볼 때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멀리서 보는 자세가 나온다. 그래야 망막과 사물의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없애려고 노안이 오면 굴절률을 높이는 볼록렌즈 안경(돋보기)를 착용하게 된다.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한다는 점에서 노안과 원시를 동일한 안과질환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원시는 안구 길이가 짧거나 눈의 굴절력이 상대적으로 커 흐리게 보이는 증상이 생겨 먼 거리나 가까운 거리를 볼 때 모두 볼록렌즈 안경을 쓴다. 반면 노안은 먼 거리는 잘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곳만 흐리게 보인다.김 교수는 “먼 곳이 안 보이는 근시는 노안이 오면 가까운 곳도 보기가 어려워진다” 며 “먼 곳을 볼 땐 노안이 오기 전에 끼던 안경을, 가까운 곳은 새로 맞춘 볼록렌즈 안경을 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근시는 노안이 와도 원시보다 볼록렌즈를 늦게 착용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도 “수정체는 계속 늙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경 2개가 필요해진다”고 덧붙였다.약한 원시가 있는 젊은 사람은 두꺼운 수정체가 볼록렌즈 역할을 해 한동안 안경을 쓰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노안을 방치하면 매우 두꺼운 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60대 이후부터 환자가 급증하는 백내장이 생기면 수정체가 두꺼워져 일시적으로 가까운 곳이 잘 보여 눈이 좋아졌다고 착각하기 쉽다.김 교수는 “눈 앞에 지푸라기나 하루살이 모양이 어른거리는 비문증, 녹내장은 노안과 상관이 없는 질병이다”며 “계속 눈이 침침하고 노안이 의심되면 즉시 안과를 방문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