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연내 초중등 교육 이양방안 마련” 권한·사무규정, 교육현안 법령순 손질할 듯 교육부가 유·초·중등교육분야 권한을 교육청과 단위학교에 넘기는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교육청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안으로 교육권한 이관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양 방안은 먼저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새로 마련해 교육부장관·교육감 권한·사무를 명확히 정립하고 이어 그간 갈등을 빚었던 주요 교육현안 관련 법령을 손질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교육권한 이동 왜?…“교육자치 실현, 갈등해소” = 23일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76번째 과제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에 따르면 새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 교육부를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고 유·초·중등교육분야 권한을 교육청·단위학교로 이양한다. 유·초·중등교육분야 권한의 지방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 중 하나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에서 “(현재 교육부가 가진) 유·초·중등교육분야의 권한과 사무를 단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며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그리고 관련 전문가가 함께하는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칭)’를 신설해 현장성 높은 정책 방안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새 정부가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학교 등에 이양하는 이유는 교육자치 강화와 학교 자율화 실현을 위해서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교육부는 지역적 특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불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관행처럼 유지해왔다”면서 “유·초·중등교육의 권한과 사무의 이양은 앞으로 교육자치의 자율성을 높여 지역적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정책이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줄곧 부딪혔던 교육부·교육청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자율형사립고 폐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무상급식, 학교폭력 대책, 세월호참사 시국선언 교사,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 교원 징계 문제 등으로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간 권력 불일치 현상으로 정책 갈등과 대립 양상이 계속돼 학생·학부모 등을 비롯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켜왔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장관과 교육감 사무를 새로 정립하는 정책 환경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관계 기본법령, 교육현안 법령 순 단계적 손질= 유·초·중등교육분야 이양을 위해서는 관계 법령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일단 교육부(장관)와 교육청(교육감) 사무·권한을 직접 규율하고 있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양 주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해 12월 김용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발표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 관계 법령 정비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략적인 법령 정비 추진 방향을 알 수 있다.교육부·교육청 사무·권한을 규정한 기본법령은 총 6가지다.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이다. 보고서는 “현재 6개 기본법령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권한의 경계가 모호하고 일부 법령은 교육부장관에게 교육감에 대한 일방적인 지휘·감독권을 부여한 상황”이라며 “(이양을 위해서는)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장관의 사무·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전했다.이를테면 현행 교육기본법 제5조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실정에 맞는~’으로 개정해 교육자치 주체를 교육감으로 명확히 하고 장관 사무·권한도 조정하는 식이 될 전망이다. 6개 기본법령의 관련 내용을 아우르는 새로운 법 제정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사무와 권한에 관한 기본법’(가칭)을 새로 마련해 관련 기본법령 개정안 조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기반이 마련된 이후에는 갈등을 빚었던 교육현안 관련 주요법령 개정에도 나설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교육부·교육청간 사무·권한을 교통정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최근 주요 교육현안으로 떠오른 외고·자사고 폐지를 예로 들면 이렇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조 등에 따르면 교육청이 특목고·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으려면 교육부장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손질해 관련 권한을 교육감에 넘겨주는 것이다. 또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교육청간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일으켰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개정해 지급주체를 명확하게 할 예정이다.◇지역교육 격차·교사 지방직화 우려 목소리도= 다만 교육부 주요권한의 교육청 이양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문재인정부의 주요 교육공약에 대한 교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초·중등교육 권한의 시도교육감 이양에 대해 전체(2077명)의 55.5%가 ‘부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교육여건 차이, 상이한 정책 추진 등 지역교육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63.1%)는 게 반대 이유였다.교원의 지방직화 시도 가능성에 대한 교사들의 염려도 큰 상황이다. 유·초·중등교육 권한 이양에 따라 교원신분이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교총 조사에서 교원신분의 지방공무원 전환 찬반 응답을 보면 전체의 87.9%가 반대라고 답했다. 교원의 지위와 보수의 차이 등 신분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교육부는 “교사의 지방직화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