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두고 학내 분규가 이어지고 있는 이화여대(이대) 최경희 총장이 1일 "관련된 향후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학생들의 본관 점거 중단을 요구했다. 최 총장은 이날 오후 이대 ECC 이삼봉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8일부터 본교에서 발생한 문제로 모든 이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그는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감금한 교직원들에게 인격적 모욕을 하고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했다. 감금된 이들이 심리적 압박과 건강상의 문제로 요청한 112·119 구조도 학생들의 방해로 이뤄지지 못했다"고도 전했다.논란이 됐던 학내 공권력 투입의 근거를 강조한 것이다.최 총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화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 총장은 이처럼 학생들과의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에는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그는 기자회견장에 온 학생들을 향해 "저렇게 마스크 쓰고, 고집자(주동자)들 줄줄 따라다니고, 김활란 동상에 계란 던지고, 우리들의 학생인가 싶다"고 말했다. '점거 농성 진행될 때 어디에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에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에 한 학생이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질르자 곧바로 "저런 학생도 (예전엔) 없었다"고 되받아치기도 했다.이번 농성 과정에서는 학내 경찰 투입 경위를 놓고 이대와 서대문경찰서 간의 진실 공방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이대 홍보팀 관계자가 "경찰은 우리가 부른게 아니다"라고 해명한 내용이 일부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서대문경찰서에서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이다.이에 대해 최 총장은 "자식 같은 학생들이 검은 모자·선글라스를 쓰는 등 생전 못 본 모습으로 농성을 벌일 때도 우린 계속 대화를 원했다"며 "어떻게든 학생들이 감금된 이들을 스스로 내보내주길 바라며 기다리는 상황에서 총무처장이 시설물 보호와 감금자 구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경찰서에 보냈다고 했다"고 밝혔다.최 총장은 "그 후 경찰과 119 구조대원이 와도 학생들 때문에 못 들어갔고 감금자들은 점점 극한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이에 내가 경찰과 전화를 해 감금자들이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구출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런데 밤 12시가 넘어 홍보팀 관계자가 전화가 와 '총장님, 경찰 부른 적 없죠?'라고 물어보길래 '난 위급하다고 판단되면 구출해달라고 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그는 학생 200여명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최종적으로 1600여명 투입돼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인원은 전혀 몰랐다. 그땐 학교 외곽에 있었다. 제가 알기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지 실제로 (본관에 감금자 구조를 위해) 들어간 것은 (학생들 격리를 위해) 300여명이라고 들었다"고 해명했다.이 부분에 대해 이대 측은 앞서 "1600여명의 대부분은 감금자와 대기 중인 구급차까지 길을 확보하는데 투입됐다"고 항변한 바 있다.최 총장은 이번 사태의 '외부세력' 개입을 확인했다고도 밝혔다.총무처장이 "점거 농성을 하는 학생들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의 접근을 막았다"고 말하자, 최 총장이 "시민단체 사람"이라고 덧붙인 것이다.최 총장은 "정치권에서도 우리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한다. 제발 순수한 우리 학생들만 나와달라. 그럼 밤새도록 대화한다. 왜 학내 문제에 시민단체가 들어오고, 정치권이 개입하려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괴로운 듯 두 눈을 잠시 감으면서 "덩치 큰 용역직원도 있었다. (증거) 사진도 있다. 총무처에 따르면 20여명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최 총장은 "우리 학교는 여성 교육이 불가능했던 시절을 시작으로 해서 올해로 130주년이 된 학교이다. 어려운 해외 여성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있는 어려운 이들에게 용돈까지 줘가며 공부시키는 학교"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유이든 고교 졸업 후 취업 경험부터 쌓은 이들에게 이화의 정신을 가르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가르친다는 게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그는 '의견 수렴'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이사회 승인까지 다 나왔기 때문에 되돌리는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반대가 있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학생들은 최 총장이 발언을 할 때마다 수시로 야유를 쏟아냈다.미래라이프대학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의 '학위 장사'나 다름 없으며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이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이 사업 참여 대학을 모집할 당시 신청을 해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일부 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5일째 본관 1층과 계단을 점거해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이 과정에서 평의회 소속 교수, 교직원 등 5명이 본관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했고, 급기야 지난달 30일 시설물 보호와 감금자 구조를 위해 학내에 경찰 1600여명이 진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학교 측은 2017년부터 미래라이프대학 신입생(15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미래라이프대학은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