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암보다 더 걱정하는 질병이 치매다. 뇌기능이 서서히 죽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가족들이 겪을 간병 부담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치매에 걸리면 암처럼 생사를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와 가족이 겪을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치매의 가장 큰 단점은 현재까지 완벽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증상을 늦춰주는 치료제는 있지만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김만호 교수팀은 지난해 코 안에 있는 특정 세포를 통해 ‘치매전단계(경도인지장애)’와 ‘우울증성 기억력 감퇴’를 구분하는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치매전단계’는 10년 넘게 서서히 증상이 나빠져 치매로 발전하지만 ‘우울증성 기억력 감퇴’는 그럴 위험이 거의 없다. 부쩍 기억력이 나빠진 노인들이 향후 자신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가려내는 길이 열린 셈이다. 치매는 피 한 방울로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진단 기술이 발전했지만 그 전단계를 정확히 구분하는 기술은 부족했다. 주건 교수는 “새 진단 기술을 통해 치매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것”이라며 “기술을 사용화하면 기억력이 나빠진 환자들도 본인이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국내 바이오벤처들도 치매 진단기술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넥스모스는 치매와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압타머(aptamer) 기반의 ‘콘택트렌즈’와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압타머는 단백질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생고분자 물질로 질병을 찾는 몸속 성분을 검출하는데 이용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십 가지로 알려져 있다. 치매 환자 10명 중 7명가량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이고 만 65세가 넘는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다. ‘혈관성’이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길 수 있는 ‘전측두엽 퇴행’ 등 다양한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는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돼 붙여진 이름이다. 진단 초기엔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판단력과 언어능력이 감퇴하는 증상을 보인다.사람 뇌에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이면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10~20년 뒤 치매가 생길 위험이 높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이 물질이 뇌에 장기간 쌓이면 발생한다.뇌신경세포를 되살리면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길이 열리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어려움이 많다. 보통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도네페질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받거나, 뇌기능 개선제 ‘콜린 알포세레이트’를 함께 투약하는 치료를 받는다. 여러 연구에선 두 의약품을 같이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높았다. 정부 차원의 치매치료 지원이 확대되는 만큼 보건소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확정한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에 따르면 과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신경인지검사는 본인부담 비용이 20% 수준이다.경도인지장애가 있거나 만 75세 이상 독거노인 등은 보건소 치매상담센터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보건소 치매조기검진사업은 60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치매 간이선별검사’를 제공한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