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또다른 고교 유형인 영재학교(영재고)·과학고 개혁의 목소리도 솔솔 나오고 있다. 두 고교가 외고·자사고 못지않게 입시과열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학교형태 전환을 통해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영재고·과학고 개혁을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두 학교의 위탁교육기관 전환이 거론되고 있다. 운영방식은 간단하다. 일반고 학생 중 과학영재 혹은 과학특기자를 선발해 과학교육위탁기관인 영재학교·과학고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 교원, 커리큘럼은 그대로 두되 학생 선발방식과 이들의 졸업학교만 달라지는 셈이다. 운영형태는 현재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일반계고 직업교육 위탁과정과 비슷하다. 이 같은 방안은 가장 먼저 입학전형을 실시해 입시경쟁을 일으키고 우수학생도 우선선발하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졸업장도 원적학교(일반고)에서 받기 때문에 고교서열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입구’와 ‘출구’만 바꿔도 입시과열과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착안한 방안”이라며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만한 좋은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해당 방안은 지난 대선 때 등장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은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관련 공약에서 “외고·자사고는 추첨선발로 전환하고 과학고는 자체선발을 하지 않고 일반고생 위탁교육만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최근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 같은 내용을 거론했다. 조 교육감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공계열 진학률이 높은 과학고 등은 외고·자사고와 달리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만 선행학습 유발 등 전형방법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있다”며 “최근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재고·과학고를) 지역거점위탁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제안받은 적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초·중·고 교사 85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5%가 영재고·과학고를 일반고 학생들 중 과학특기자를 위탁교육하는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과학특기자 추천 과정서 공정성 논란 해결이 열쇠= 물론 걸림돌은 있다. 일반고 내 과학특기자 추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또다른 입시권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구성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식학교(특목고)에서 위탁교육기관(각종학교)으로 전환될 경우 학교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환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학교유형의 설립근거가 달라 전환절차상 문제가 있는 점도 거론된다. 영재고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설립됐다. 특히 영재고 중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이기도 하다. 전환 과정에서 정부부처간 합의도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교육부·교육청 내 전담부서 신설 등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도 숙제 중 하나다.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사실 영재고·과학고에 입학하려면 (외고·자사고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외고·자사고와 더불어 영재고·과학고의 전환 논의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