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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구름 위의 땅’ 고랭지 농업의 변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7.13 10:06 수정 2017.07.13 10:06

고랭지(高冷地)란 해발 400m이상의 고원이나 산지를 일컫는다. 고랭지 지역의 여름철 기후는 일조시간이 길고 너무 무덥지 않아 농사짓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고령지농업연구소로 발령받아 지냈던 작년 여름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유난히 무더웠던 다른 지역과 달리 선풍기도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서늘하기까지 한 고랭지 날씨 덕분이다. 날씨보다 더욱 놀랐던 것은 백두대간 산기슭에 위치한 ‘안반데기(인절미를 치는 데 쓰이는 안반을 닮은 넓고 우묵한 지형의 고랭지 채소단지)’를 봤을 때다. 해발 1200~1300m의 높은 산에 넓디넓게 펼쳐진 밭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고령지 지역에서는 배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감자를 생산하기 위한 씨감자 재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감자를 따뜻한 곳에서 재배하면 퇴화가 빨리 일어나 수확량이 감소하고 역병이나 바이러스, 진딧물 등 병해충이 많아진다. 서늘한 환경을 좋아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잘 맞는다. 그리하여 강원도는 감자 재배 최적의 장소로 우리나라 씨감자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이곳 고랭지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첫 번째는 기후변화다. 농촌진흥청이 2013년에 발표한 미래 재배지 변동예측에 따르면 그 당시 7449㏊ 정도인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기온상승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4516㏊, 2050년에는 256㏊, 2090년에는 아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변화로 작물 재배 한계지역의 변동과 돌발 병충해의 잦은 발생 등 전문가들의 예측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따져 보면 고랭지는 평지와 비교해 더욱 격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지역특화 농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한랭지작물 품종육성과 재배법 개발에 중점을 둔 북방농업에도 소홀함 없이 꾸준한 연구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고랭지 농업연구는 씨감자, 배추, 무 등을 토대로 한 고랭지권 농업기술 개발로 농업인 소득증대에 기여해왔다. 이제는 기후변화와 통일을 대비한 북방 농업 연구에도 중점을 둔 연구개발을 통해 고랭지 농업의 역할 변화와 영역 확대를 추진해야할 시점이다. ‘구름 위의 땅’으로 불리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고랭지는 과거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서를 제공해왔다. 고랭지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곳이며, 귀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런 백두대간이 변하고 있다. 기후 등 환경변화와 지역특화 농산물의 소비확대로 재배되는 농작물의 종류와 생산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앞으로의 고랭지 농업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힘쓸 것이다. 식량작물, 원예작물 등을 포함한 농작물의 생육기간, 작황, 병해충 발생과 관련해 국내외 자료 수집과 연구 성과를 토대로 흙탕물 저감, 급경사밭의 산림환원 등과 같은 백두대간의 환경보전 방안, 고랭지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소비자 욕구 충족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격변의 시기를 겪고 지금, 새로운 고랭지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실행할 수 있는 현명한 대응책을 통해 우리 고랭지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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