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예스·노가 분명한 필자(나)도, 거센 세월앞에서 여느사람처럼 예봉이 꺾이고, 나도 모르는 새 많이 누그러졌다. 누가 내게 물어오면 ‘그럭저럭’으로 답변을 얼버무려 버린다. 자신만만한 것만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절절한 선에서 얼버무리는 게 겸손이 되는 경우도 많다. 친지가 1년에 식당개업을 몇 번씩 하는 험지(?)에 식당개업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그 장소에서 근년개업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식당문을 자주 닫았다고 누누이 설명을 하고, 꼭 개업을 할려면 딴 장소를 알아보시라고 간곡히 타일렀지만, 앞의 식당주인과는 자기는 사람이 다르다며 내 말을 귓 밖으로 흘려들었다. 나의 만류가 지나쳤던지, 개업을 그 장소에서 하면서, 내게는 개업일자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뒤 인근에서 점포를 경영하는 박모씨에게, 그 식당현황을 물어 봤더니, 장소는 후지지만, 술안주로 연탄구이 돼지막창을 개발하여, ‘그럭저럭’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럭저럭’된다니, 그런대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박모시의 ‘그럭저럭’되는 것 같다는 진단과는 달리 몇 달 뒤 식당 문을 닫아, 그 집의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음식점을 여는 데는, 주인의 음식솜씨와, 장소가 교통이 편리한 길목이 되어야 한다. 올해(2017년)의 가뭄은 석달 째 지속 되는 여름가뭄이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등에 업고 와서, 여름가뭄은 쉽게 견딜 수 있는 장난이 아니다. 타 지역에 비해, 고산(高山)과 하천(河川)을 겸비한 문경지역은 영감·금천·경천댐·용연저수지의 덕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최근 문경지역 강우량은 6월 6일에 내린 비가, 30mm 내려 전국 1위 강수기록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그 때 대구 강우량은 10mm도 미달이었다. 며칠 전(6월27일)쏟아진 소나기도 지역평균 22mm나 내렸다. 오늘(7월1일)도 종일 비가 내렸으니, 문경지역은 ‘그럭저럭’해갈(가뭄해소)이 될 것 같다. 타 지역도 다 같이 고루고루 단비가 흠뻑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는 37년] 6월에 걸친 교원생활 덕분에 거리에서 자주 제자들과 마주치는데, 문경중학교 재직시절 제자들이 대부분이다. 늘 거리에서 마주치는 제자들도 있지만, 몇십년만에 처음 만나는 제자조 나를 잘 알아본다. 내가 별로 늙지 않았다고 치하하며, ‘요즘 건강이 어떠십니까?’로 이어진다. 어떤 제자가 묻든 나의 대답은 똑 같다. ‘이 나이에 멀쩡하다면 거짓말이고, 염려덕분에 그럭저럭 지난다네.’ 다혈질인 제자는 ‘그럭저럭이 뮙니까? 확실하게 건강하셔야지요.’ ‘그게 내 맘대로 되나? 하늘이 주셔야지.’ 내건강을 염려해주어 고맙지만, 제자제현들도 건강에 유의하여, 만수무강에 차질이 없기를 기원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하늘이 좋은 기후를 주셔야 한다. 요새같이 활활타는 듯한 여름땡볕을 식히기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소나기가 내려야 한다. 가뭄은 사람뿐 아니라, 땅위에 사는 가축·야생동물·곡식·수목까지도 해를 입게 마련이다. 평소 치수·식수사업에 유의하여,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철저히 가뭄에 대처해야 한다. 불볕을 식혀주는 소나기가 6월 25일 오후 4시경부터 시원하게 내렸다. 단비가 와서, 고마운데다, 신(神)이 필자(나)에게 좋은 시 한편을 선사해주셔서, 이 날 겹경사가 났다.(시)최상(最上)의 음악(音樂)/김시종//세상에서 저렇게/재밌는 장단이 있을까?//석달 여름가뭄 끝에/낙숫물 떨어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