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90분 내내 단 한 개의 슈팅도 골문 안으로 보내지 못했다. 유럽 강호도 아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이라크를 상대로 벌어진 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의 에미레이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조기 소집의 효과도, 다시 한 번 믿어 달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결연한 의지도 엿볼 수 없었던 한 판이었다. 오히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카타르전을 앞두고 불안감만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즐겨 쓰던 포백이 아닌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변화의 중심에는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존재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줄곧 미드필드로 기용됐던 기성용은 장현수(광저우 R&F), 홍정호(장쑤 쑤닝)와 함께 수비진을 형성했다. 사실상 볼 배분을 도맡았던 기성용이 아래로 내려가자 공의 흐름은 완전히 막혔다. 이라크가 적극적인 공격을 자제한 덕분에 공 소유시간이 늘었지만 효율성은 크게 떨어졌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 감각이 저하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은 물론 대들보 역할을 할 손흥민(토트넘)의 움직임도 날카롭지 못했다. 지동원(아우쿠스부르크)의 모습은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전반 35분 손흥민의 슈팅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슈팅없이 전반을 마칠 뻔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기존의 4-2-3-1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기성용이 허리 라인으로 올라서자 비로소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됐다. 손흥민 대신 들어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돌파가 간간히 성공하면서 이라크 수비진의 균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득점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한 세부전술은 여전히 부족했다. 이라크전 승리로 가벼운 발걸음 속에 카타르로 날아가려던 슈틸리케호는 유효슈팅 0개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떠안아야 했다. 물론 이라크전은 오는 14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한 평가전에 불과하다. 결과에 굳이 연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기 소집까지 불사하면서 카타르전을 준비 중인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경기임이 분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