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의원들이 전염병 환자를 진단하고도 의료당국에 감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당국의 소홀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수두 및 볼거리 진단 신고를 누락한 의료기관(1584곳) 등 모두 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제1~4군 감염병의 확진 또는 의심환자나 병원체 보유자를 진단할 경우 지체 없이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은 전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하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때문에 운영에 지장을 받거나 환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신고를 지연시키거나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제로 감사원이 제2군 감염병인 수두 진료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서울 소재 1499개 의료기관을 표본점검한 결과 81.5%인 1221개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일부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단 한 건의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893개나 됐다.일례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A의원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두를 주상병으로 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80건의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수두를 사유로 감염병 환자를 신고한 내역은 한 건도 없었다.2군 감염병인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의 경우에도 표본으로 선정한 824개 의료기관 중 566개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한 건도 하지 않는 등 79.6%인 656개 의료기관이 신고를 전부 또는 일부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들의 감염병 환자 진단 신고율이 낮은 것은 당국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의료급여 청구 기록을 활용하면 의료기관이 감염병 진단 신고를 누락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낮은 처벌 수위도 한 몫 했다. 감염병 환자 신고를 지연·누락한 의료인에 대한 벌금의 상한액은 17년째 200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일본이나 의료기관 허가를 취소하고 의료인을 징계토록 하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처벌 수준이 미약해 의료기관의 자발적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