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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문화/건강

‘베를린장벽’ 같은 빈민구역 진출

카라카스(베네수엘라 기자 입력 2017.04.23 16:30 수정 2017.04.23 16:30

베네수엘라, 흰옷입고 희생자추모 대규모 시위베네수엘라, 흰옷입고 희생자추모 대규모 시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22일(현지시간) 수천명의 시위대가 일제히 흰 옷을 입고 최근 몇 주일동안 반정부 시위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20여명에 대한 추모의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팔에 검은 완장을 두르고 니콜라스 마두로를 비난하는 "독재는 이제 마지막이다" 등의 글짜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특히 최근 몇 주일 동안 시위에서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던 카라카스 시내 빈민구역까지 진출했지만 보안군은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야당의원으로 시위에 나선 프레디 게바라 의원은 주로 부유층이 사는 카라카스 동부구역에서 이뤄지던 반정부 시위 군중이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정권의 지지 기반이며 시위에 냉담했던 서민과 빈민의 거리에까지 진출한 것은 "베를린 장벽을 넘은 거나 같다"며 대단한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3주일 전 대법원이 의회의 권한을 몰수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후 거의 매일 일어났다. 국제적인 비난으로 대법원의 결정이 번복된 이후에도 마두로의 독재를 규탄하고 정치범 석방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시위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주말 시위대는 추모 미사가 열리기로 예정된 카라카스 시내의 베네수엘라 감독파 회관을 향해 행진했다. 그 동안 시위에서 사상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특히 21일 밤 하루새 시위대와 진압군의 충돌로 구경꾼을 포함한 10여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상가에서는 이 날 20여 곳의 상점이 약탈을 당했다. 22일 시내 로마가톨릭 주교 연맹의 본부 앞에서는 가톨릭 지도자들이 시위군중과 함께 묵념을 올리고 미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뒷 편의 한 픽업 트럭에서는 반정부 정치인들과 시위 주동자들이 연달아 메가폰을 잡고 정부에 의해 투옥된 수십명의 '정치범'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즉각 선거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2014년 의회에서 축출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원은 "이제 독재 정치는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있다"고 외쳤고 군중은 "자유! 자유!"를 연호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다수는 마두로의 사회당 정부의 실정으로 3자리수 인플레와 식량 및 의약품 같은 물자 부족을 초래했다며 시위에 가담하고 있다. 농업 기술자인 안드레스 라미레스(34)는 베네수엘라 국기를 덮은 거대한 십자가를 들고 행진에 가담했다. 그는 "이런 국가적 위기와 고통의 시기에 우리들을 보호해달라고 신에게 빌기 위해 십자가를 들고 나왔다"며 내리쬐는 폭염 속에서 행진을 계속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얼굴을 가린 소규모의 폭력시위대들이 출몰하면서 투석전을 벌였고 이에 경찰이 최루탄으로 응수하면서 시가지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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