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헌재의 판결문은 촛불이나 태극기의 함성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우리 헌법은 인류의 보편 가치와 질서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했다. 탄핵 선고의 말미를 보면,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우리 헌법이 보편가치인 주권재민과 대의민주주의에 조금의 손색도 없는, 헌법임을 증명했다. 이 같은 것에서 태극기의 여론도 짚어내야 한다. 그동안 정치혼란은 헌법이 나빠서가 아니고, 일부 정치인이 나쁨에 따라 덩달아 헌법도 치욕을 지금껏 당했다. 헌법에 따른 파면에 대한 헌재의 주문에, 시민 권력은 탄성을 울렸다. 울림과 동시에 오는 대선이 ‘백만 송이 장미대선’이 되었다. 백만 송이의 장미가 꽃을 피우려는 시대와 맞닥트렸다. 또한 헌법의 억울함도 풀어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선거운동의 기간이 짧음에도 ‘백만 송이 장미’를 기대하게 되었다. 장미가 설혹 백만 송이가 핀다할망정, 국민의 고단한 삶이 빠진다면, 장미는 시든다. ‘쓰레기통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겠는가?’(1955년 10월 8일 유엔한국재건위원회(UNKRA)의 단장 Menon)는 그 옛적이다. 이의 치욕을 말끔히 씻고 터는, 백만 송이 대선을 기대한다. 국민들의 고단한 삶부터 명색이 대선주자들에게 당부한다. 통계청-민간학회의 ‘국민 삶의 질 지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9% 늘어났다. 수치화한 국민 삶의 질은 12%만 개선됐다. 경제성장과 삶의 질이 정비례를 못했다. 이젠 경제발전도 소중하지만 보편적인 삶의 질도 챙겨야한다는 깨달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Ⅲ): 사회통합 국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성인의 62.2%는 세대 간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 또는 ‘대체로 심하다’고 인식했다. 갈등 유형 중에 가장 우려스럽게 인식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으로, 응답자의 81.5%가 ‘매우 심하다’(29.6%) 또는 ‘대체로 심하다’(51.9%)에 표를 던졌다. 사회갈등의 풀기는 고난도의 예술 같은 정치의 책무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당대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이 같은 숙제를 여태껏 정치가 모른척했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은 헌법 위에 군림한 정치 스타일을 보면, 박정희는 일언지하(一言之下), 전두환은 좌지우지(左之右之), 노태우는 조삼모사(朝三暮四), 박근혜는 불문곡직(不問曲直). 이는 김종구의 논평이다. 박근혜에다 하나를 더 보탠다면, 아버지의 일언지하가 아닐까. 칼국수에 칼이 없는 것과 같이 국민소통이 없는, 올림머리에만 소통했기에 그렇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135만 명이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불평등 해소와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읽는다. 백만 송이 장미향기 속에서 국민들은 일터에서 행복해지고 싶다.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줘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이 쏙 빠진, 정치판이다. 속칭 진보측은 유력후보가 장맛비 같은 홍수이다. 보수는 유력후보가 가뭄이다. 역대 대선에선 없던 일이다. 그러나 TK의 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18․20일 자유한국당 1․2차 컷오프를 단숨에 통과해 대한민국 보수의 기대가 크다. 역대 대선 때에 보수와 진보의 표 대결을 보면, 진보후보인 김대중 후보가 1,032만여 표이다. 이회창 후보는 993만여 표이다. 격차는 불과 39만여 표이다. 노무현 후보는 1,201만여 표다. 이회창 후보는 1,144만여 표다. 57만여 표 차이이다. 박근혜 후보는 1,577만여 표다. 1,469만여 표를 얻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108만여 표 차이다. 피 말리는 대선의 표 대결이다. 이번엔 승자와 패자의 표의 차이는 얼마일까. 문제는 위에 든 통계를 어떻게 각 후부의 진영에서 실천 가능한, 공약화에 달렸다.SBS가 칸타 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에서는 진보 44.9, 중도 25.3, 보수 14.9%였다. 중도 대통령이 낫다는 사람만 따로 뽑아 진보와 보수 중에만 다시 선택하게 했더니, 진보 67.5, 보수 25.4%였다. 정치는 요동치게 마련이다. 이 통계만보고 ‘얼씨구’는 안 된다. ‘쾌지나 칭칭 나네’가 남았기에 그렇다. ‘역대 대통령과 그 주변 비리의 정범은 헌법이 아니다. 중앙 패권적 행정권력과 재벌 중심의 시장권력, 그리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검찰의 부패와 언론의 무능이 주범이다.’(박구용 전남대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리영희는 ‘자의식을 상실한 시민은 정치적 꼭두각시’가 된다. 이번 대선에선 반드시 묶어 짚어볼 말들이다. 민주의 자의식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백만 송이 장미가 활짝 필 때에, 장미 대선은 국민의 로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