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태아에 대해 처방된 한약의 안전성을 놓고 양의 단체와 한의 단체간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대한의원협회는 최근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과 관련, 임신 중 한약복용이 태아와 산모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협회측에 따르면 임산부 한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출’의 경우 임신 중인 생쥐와 토끼에 투여한 결과 태아성장지표 감소, 착상후 손실률 증가, 산전 및 산후 사망률 증가, 선천성 근골격계 이상 발생, 태아흡수, 태아수종, 짧은 귀 기형 등이 관찰됐다.또 ‘감초’도 임상실험에서 조산 위험 증가, 인지수행 능력 및 정신과적 문제, 아이의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조절체계 변화 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홍콩중문대학이 중국에서 백출, 토사자 등 한약재 20종의 안전성을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임신 초기에 노출된 경우 산모의 산전 및 산후 사망의 관찰, 산모의 체중증가 및 배아 성장, 산후 체중증가 등의 유의한 감소, 태아흡수 및 근골격계 기형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협회측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삼아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한한의사협회는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의협은 이날 입장자료를 배포해 “한약이 태아와 산모의 건강은 물론 난임치료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학술논문과 연구결과 확인된 사실”이라며 반박했다.한의협은 의원협회로 근거로 삼은 참고문헌은 ▲제한된 연구환경에서 ▲약재별 특정 용량 이상일 경우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한 것일뿐, 실제 한의 임상환경에서의 한약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오히려 국내 관련 논문 총 52종과 추적조사가 가능한 395명의 임산부에 대해 분석한 결과, 임신 중 한약복용과 관련하여 부작용에 대한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진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다.현재 중국에서 사용 중인 중약전(2015년 개정판)는 임산부에게 문제가 있는 약재를 따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 중 ‘지각(枳殼)’을 제외한 다른 약재들은 임산부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오히려 한약과 양약을 병용 치료한 군이 양약을 단독으로 복용한 군보다 독성 및 기형 유발률이 낮게 나타났다는 게 한의협의 주장이다.한의협은 “한약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양의사들이 사실과 다른 정보와 근거가 부족한 자료를 내세워 한약이 태아와 임산부에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