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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안동, 생활문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변신한 '폐교'

조덕수 기자 입력 2022.01.13 13:49 수정 2022.01.13 16:46

풍서초·안동중 와룡분교, 추억박물관 탈바꿈

(구)안동중 와룡분교에 설치된 추억박물관 내부 모습 <안동시 제공>

(구)풍서초에 마련된 역사박물관 전시실 모습. <안동시 제공>
최근 문을 닫은 안동의 폐교 두 곳이 향토문화 수집에 열정을 가진 두 명의 손길에 힘입어 생활문화가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016년 도청 신도시에 풍천 풍서초가 개교하면서 폐교된 (구)풍서초는 ‘안동역사문화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안동중 와룡분교도 2018년 문을 닫았으나 20세기 다양한 추억을 선사하는 ‘추억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안동역사문화박물관’은 간송에 버금가는 전문식견과 열정을 가진 향토사학자 권영호(70)씨가 사재를 털어 지난 2019년 문을 열었다. 40여 년 간 향토자료를 수집해 1998년 하회마을 입구에서 유교문화전시관을 운영해오다 폐교를 임대해 옮겼다.

폐교된 교실은 리모델링해 1층과 2층 10개 교실을 전시실과 수장고로 꾸몄다. 여기에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고문서류와 전적류, 민속자료, 근·현대 자료, 초등 교육자료 등 수 만점을 주제별로 전시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내외가 이곳을 찾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 뿐 아니라 1,300년대 간행으로 추정되는 배자예부운략과 추사 김정희 친필, 퇴계선생문집과 매화시첩, 보백당선생 실기와 정부인 장씨실기, 김만중의 고대소설 ‘구운몽’ 등 많은 희귀 고서적류를 볼 수 있다.

50~60대 추억을 선사하는 자료도 눈을 끈다. 불온 삐라 신고포스터와 오래된 만화 포스터와 만화책, 60~70년대 초등 교과서, 지금은 볼 수 없는 오래된 농기구 등이 재미를 가미시켜 준다. 관람요금은 대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며, 권영호 관장이 직접 가이드를 담당한다.

와룡면 지내리 (구)안동중 와룡분교에 소재한 ‘안동추억박물관’도 20대부터 70대까지 추억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 동일여고에서 40여 년 교편을 잡다 퇴직 후 고향의 폐교를 임대해 박물관을 개관한 최남도(68)씨의 열정도 남다르다. 40여 년간 수집한 수 만 점의 20세기 생활유물들이 21세기에 이르러 색다른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전시관 초입에 비치된 1960년대 바리깡은 씹혀 들어간 머리카락으로 인해 금방 따가움이 전해오는 듯하다. 오래된 다리미와 대패도 옛날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부끄러워 눈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던 극장 포스터는 조조할인을 추억하게 한다.

60~70년대 성인용 주간 오락잡지로 인기를 독차지 하던 '선데이 서울'과, 부모의 눈길을 피해 숨어 읽던 오래된 '야설'도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동전으로 바뀌기 전의 500원 짜리 지폐와 지금은 볼 수 없는 1원 짜리와 5원 짜리 동전도 눈에 뛴다.

오래된 전화기와 색 바랜 전화번호부, 아직도 눈에 선한 2G폰과 비디오테이프, LP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금복주 소주병 등이 세월의 흐름을 되새기게 한다.

1926년 6·10만세 사건 후 영화 ‘아리랑’ 홍보를 위해 제작됐다 일제에 의해 모두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던 ‘아리랑 홍보전단지’가 원본으로 확인되면서 추억박물관의 자랑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라디오와 타자기, 여닫이가 있는 TV, 50~70년대 교과서, 장난감, 딱지, 가전제품 등 수많은 생활유물들이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모든 전시물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입소문을 듣고 폐교를 찾은 관람객들은 “개인이 사재를 털어 문을 열어 공공박물관에 비해 전시 공간 등의 짜임새는 부족하지만 개인이 수집했다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향토유물을 보유하고 있어 색다른 추억과 볼거리가 됐다”며 “안동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는 평들을 쏟아내고 있다.
조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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