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의혹설에 미국 정계가 요동치고 있음에도 그의 측근들은 이례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다.심지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소한 지적에도 격하게 반응하던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조차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지난 4일(현지시간)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자신을 도청했다는 글을 연달아 트위터에 게재했다. 그는 "끔찍하다! 방금 오바마가 (대선) 승리 직전 트럼프 타워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도청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트럼프의 발언에 미 정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상·하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트럼프 주작을 일축했다.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도청 의혹설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도청 의혹으로 인해 큰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지만, 백악관은 잠잠하다.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불같은 충신(Fiery Loyalist)' 스파이서도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도청 의혹 주장에 대한 질문에 "내 연봉등급보다 높은 정보(Above my paygrade)"라며 대답을 회피했다.스파이서는 지난 5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이 과도한 권한행사를 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라면서도 "이에 대해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백악관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도청 발언에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은 회피성 발언이다.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스파이서 대변인보다는 더 많은 말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보증하는 것은 끝까지 거부했다.샌더스는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의혹은 조사할만한 가치는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만약에(If)'라는 단어만 연발했다. 이에 ABC방송 진행자 마사 라다츠가 "트럼프는 '도청했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도청했다'고 말했는데 왜 당신은 계속 '만약에'라고 하는가?"라며 반문했지만, 샌더스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모든 문장에 '만약에'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대변하게 할 것"이라며 그의 발언을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라다츠는 "당신이 트럼프의 대변인"이라고 꼬집었지만, 샌더스는 이를 무시했다.트럼프의 대표적인 협력자이자 현 행정부의 '지적 대부'라고 불리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이날 "노 코멘트"라며 언급을 거부했다.존 F. 켈리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지난 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사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미국 대통령이 그 말을 했다면,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의 측근들이 변호하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P는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측근들은 그의 발언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인물에 충성하고 그를 옹호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