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수사에 강력하게 대응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관련 소식의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관영매체와 선전매체들은 지난 13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22일까지 이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북한 내부적으로 김정남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감춰왔던 데다가, 이번 사건이 잠재적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정권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내부에 확산될 경우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부검을 부정하고, 시신 회수 의지를 내비치는 것 또한 이번 사건을 최대한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주민들이 김정남의 존재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예 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이같은 생각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적지 않은 북한 주민들은 남측 방송을 청취하고 있는데다, 중국을 오가는 상인들도 많아 이미 북한 내부에는 이번 김정은 피살 소문이 적지 않게 퍼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 군, 정부 고위급 간부들은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을 알 수밖에 없다."며 "다만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특히 북·중 접경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김정은이 이복형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라며 "이번 피살 사건에 북한 내부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장마당을 통해서도 급격하게 소문이 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은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장마당을 통한 소문 확산을 막기 위한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에서 16~18일까지 휴식을 지시한 데 이어, 장마당도 문을 닫았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골목장(노점상)'을 통한 시장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객지에 나가 있던 형님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간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김정남 피살 소문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을 적국의 소행으로 포장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북한은 주 말레이시아 대사를 앞세워 이번 사건의 배후에 한국 정부가 있다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에 김정은 정권이 있다는 수사 결과의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나아가 이번 피살 사건으로 북한 내부에서 처형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산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주민의 반발과 저항으로 이어지기보다 몸을 사려야 한다는 인식이 주민뿐만 아니라 간부들 사이에서도 커질 것."이라며, "전형적인 공포통치 효과가 북한 내부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