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피습 당시를 담은 공항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피습 27분 만에 김정남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전날 후지TV 등 일본 언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 자동 발권기 앞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한 여성이 등 뒤로 접근해 두 손으로 김정남의 얼굴을 감싸고 무엇인가를 문지르다 약 2초 후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한 여성도 김정남 쪽으로 접근해 주변을 감시하는 듯 머물다 다른 여성의 범행이 끝나자 현장을 떠났다. 범행 6~7분 후의 영상에서는 김정남이 공항 안내소까지 걸어가 경비원에게 말을 걸었으며, 이후 경비원들과 함께 제 발로 걸어서 공항 내 진료소로 향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김정남은 진료소까지 경비원들의 부축도 받지 않고 멀쩡히 걸어갔으나, 진료소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발걸음이 다소 흐트러지 듯 보이기도 했다. 이후 진료소 안 들것에 누워있는 김정남을 진료소 의료진 등이 허리를 굽혀 내려다 보는 장면이 확인됐다. 산케이에 따르면 김정남이 진료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것은 범행 후 27분여 후다. 신문은 이 27분을 전후로 김정남의 상태가 돌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김정남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시신 부검에도 불구, 아직까지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가운데 일본 전문가들은 독극물의 종류에 대해 신경계 독가스인 VX이거나, 자연계 독극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쇼와(昭和)대학의 사토시 누마자와(沼沢聡)교수(약학부 독극물부문 전문)는 "화학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신경계 독가스인 VX를 사용한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사토시 교수는 "(김정남이) 입에서 거품을 뿜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VX를 비롯한 신경가스의 전형적인 증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부를 통해 VX를 흡수한 경우 "일정 시간 후 급속히 증세를 악화시켜 사망에 이른다"며 "이번에는 사망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VX의 특징과 일치한다"라고 설명했다.암살범들은 붐비는 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무언가를 문지르고 사라졌을 뿐, 주변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사토시 교수는 "액상형의 VX를 크림에 섞어서 사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가나가와(神奈川)대학의 쓰네이시 게이치(常石敬一) 명예교수는 "모공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신경 가스 VX는 다루기가 힘들다", "(액체가 아닌) 크림 상태로 만들더라도 이를 준비하거나 사용하는 당사자에게도 피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사용된 독극물이 VX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대신 쓰네이시 교수는 "바곳속(맹독성 식물)과 같은 동식물에서 추출한 자연계에서 유래한 독극물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