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올 상반기 '1달러=120엔'선으로 하락한 뒤 이르면 내년 초 100엔으로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인 유리존 SLJ 캐피탈(Eurizon SLJ Capital Ltd)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젠이 엔화 가치가 6개월 안에 달러 당 120엔대로 떨어졌다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젠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다 이 헤지펀드를 창업했다. 젠 CEO는 내년 초 엔화 강세를 내다보는 배경으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제시했다. 양적완화의 핵심은 국채를 매입, 시중에 돈을 풀어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등 총수요를 지탱하고 물가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입대상 국채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이러한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는 발행 물량의 40%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에 돌입한 지난 2013년 4월 14%에 비해 무려 26%포인트 이상 높아진 규모다. 일본은행은 이달 들어서도 이틀 동안 무려 141억 달러(약 16조1727억원) 어치의 국채 10년물을 매입했다. 목표금리인 0%이상으로 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젠 CEO는 “일본은행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국채매입)을 펼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단이 일단 바닥을 드러내면, 엔화 가치는 달러 당 90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어김없이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여 금리 인하를 유도했지만, 이러한 정책도 임계점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엔화 가치가 올해 상반기 중에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중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신흥시장 자금의 미국 자본시장 환류를 촉발할 것이라는 뜻이다. 신흥시장에 묻힌 달러자금이 미국 주식, 채권시장으로 다시 유입되면 달러 가치 상승, 엔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엔화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상승했다. 엔화는 이날 오전 8시25분 현재 도쿄 시장에서 113.22엔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도쿄에 있는 JP모건의 일본 금리·외환 전문가 사사키 도루 리서치 부문 대표도 앞서 지난 13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가 올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main driver)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말 달러 당 100엔 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5일 '미스터 엔'으로 널리 알려진 사카키바라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도 도쿄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올해 중) 달러 가치가 105~110엔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말 쯤에는 100엔 선이 무너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