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캡슐담배(가향담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마땅히 규제할 근거조차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향담배는 대학생 등 젊은 성인층을 중심으로 최근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청소년이나 여성 등 비흡연자들의 ‘흡연 게이트웨이’가 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위클리 이슈 최근호에 실린 김지혜 선임연구원의 ‘가향담배란? 그 위해성 및 규제방안’에 따르면 국내 캡슐담배 시장점유율은 2015년 15.0%로 2012년 2.3%보다 6.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판매량도 9800만갑에서 4만8700만갑으로 4.9배 늘었다. 캡슐담배의 위해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반 궐련담배에 비해 건강위해성이 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는 지속돼왔다.다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멘톨을 함유한 캡슐담배(최대 9.8mg)가 일반 멘톨담배(2~5mg)보다 멘톨 함유량이 높을 뿐 아니라 캡슐을 터뜨렸을 때 최대 1.29mg 수준으로 일반 멘톨담배(약 0.4~0.8mg)보다 월등히 많은 멘톨을 담배연기와 함께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국내에서 시판중인 캡슐담배 29종(캡슐 기준 33종)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결과 128종의 성분이 검출됐고, 특히 멘톨은 모든 종류의 캡슐에서 발견됐다.캡슐을 터뜨리면서 필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담배연기 흡입량을 높이는 등의 기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결과적으로 일반 담배에 비해 위해성을 높이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보다 큰 문제는 캡슐담배가 비흡연자를 흡연으로 인도하는 ‘게이트웨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국내에서 캡슐담배를 선호하는 연령층은 주로 젊은 세대다.우리나라 대학생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보다 18~24세가 멘톨이 포함된 가향 담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연령군, 흡연량, 성별, 니코틴 의존도 등을 보정했을 때 멘톨담배를 사용할 가능성은 40세 이상에 비해22~24세가 2.1배, 18~21세가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12~17세중 80.8%가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사실상 담배가 젊음층의 흡연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국내 규제책은 전무하다. 가향담배 관련 규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3에 따른 ‘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뿐인데, 사실상 표시나 광고에 관련한 내용으로 가향물질 함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가향첨가 담배의 유해성과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가향물질 첨가 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다만 일정상 아무리 빨라도 오는 2018년께나 규제 도입이 가능한 데다 담배회사의 저항 등을 감안하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 선임연구원은 “급증한 캡슐담배에 대해 가향규제 이전에 캡슐 자체를 디자인적 요소로써 금지하는 방안과 최근 추진되고 있는 담배 제품의 성분 공개 의무화 조치를 가향규제의 적극 추진을 돕는 기회의 창으로 삼는 방안 등 정책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뉴시스